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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해인사로 입산하여 3년 전에 스님이 된 속세의 형님이 원통암으로 찾아왔다. 구미 천생산 토굴에 있다고 했다. 무문관(無門關)처럼 두문불출하고 공부를 하고 싶은데 시중을 들어 줄 사람이 없어서 그러니 같이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길로 형님스님을 따라 구미 천생산으로 갔다.
천생산은 정상이 너른 분지이고 사면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되어 있는 천연의 요새라서 박혁거세가 쌓았다는 천생산성(天生山城)이 있는 산이다. 이 산의 바위는 흙과 모래, 둥근 자갈이 섞여 있는 역암이라서 천연동굴이 많았다. 형님스님이 거처하던 토굴은 커다란 천연바위 밑에다 만든 것인데 작은 법당과 아래위로 방 두 개가 있었다.
전에는 작은 암자였지만 십 년 전부터 스님도 안 계시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어진 곳이었다. 그래서 토굴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위쪽에 있는 바위는 네 마리의 거북이가 몸을 맞대고 머리를 사방으로 내민 모양이고, 아래쪽에 있는 바위는 커다란 두꺼비 모양이었는데 그 배 밑에 방이 있었다.
형님스님은 아랫방을 쓰고, 나는 윗방을 쓰기로 했다. 스님의 방문은 밖에서 내가 걸어 잠그고 하루에 한 번씩 작은 창문으로 밥을 넣어드렸다. 반찬은 된장, 고추장, 간장이면 되었다. 작은 볼일은 플라스틱 통에다 보고 큰 볼일은 비닐 봉지에 담아 작은 창문 밖으로 내놓았다.
형님스님을 따라 나도 열심히 하게 되었다. 식사와 대소변 보는 것 외에는 움직이지 않고 정진에 애를 썼다. 움직임을 줄이니 자연 식사도 줄고, 따라서 대소변도 줄어 대변은 며칠에 한 번만 보면 되었다. 잠자는 시간은 정해두지 않고 지쳐 쓰러지면 그대로 자고, 컨디션이 좋으면 밤을 꼬박 새울 때도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정진하다보니 다리의 기운이 약해져 돌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지팡이를 짚고 다니게 되었다.
몇 달 뒤 형님스님이 밖으로 나오고 내가 방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형님스님은 밥을 해서 내 방 안에 넣어주고는 자기는 국수를 삶아 봉지에 담아 들고, 토굴 조금 위에 있는 조그만 바위굴에 올라가서 하루종일 정진을 하고 날이 어두워지면 내려왔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어느 날, 형님스님으로부터 작은 쪽지가 들어왔다. 괜찮으면 차 한 잔 하자는 것이었다. 작은 창문을 사이에 두고 차를 마시게 되었다. 정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둘 다 밤이 되면 기운이 떨어져 자꾸 쓰러져 자게 되니 밤에는 법당에서 같이 정진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낮에는 각자 정진하고 저녁 6시부터 밤 12시까지는 법당에서 같이 정진하기로 하였다. 둘이서 같이 정진하니 훨씬 더 잘 되었다. 한 번 정도 소변을 보러 일어나는 것 외에는 계속 앉아서 정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쌀이 떨어져 버렸다. 할 수 없이 형님스님이 산을 내려가 쌀을 두 말 사 가지고 산 아래까지 싣고 왔다. 내가 마중을 나가 각자 한 말씩 지게에 지고 올라왔는데 토굴에 도착하자마자 둘 다 어지러워서 쓰러져 버렸다. 세상이 빙빙 도는 듯이 현기증이 심하여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후유증이 상당히 오래 가는 통에 그만 정진의 리듬이 흐트러져 법당에서의 정진을 그만 두게 되었다.
그 후 형님스님은 선방으로 가고 나만 혼자 남게 되었다.
*무문관(無門關) : '깨치지 못한다면 세상을 보지 않으리라'는
각오로 화두에 정진하는 한국 선(禪) 불교의 상징.
즉, 한번 방에 들어가면 몇 년이고 바깥 세상과 절연하고 오로지 수행 정진한다.
중국 송대의 무문혜개선사가 지은 공안집의 이름에서 유래.
― 능인스님의 『선방 이야기 토굴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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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