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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암에는 주지 스님, 공양주 노보살님,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 있었다. 나는 뒷방 하나를 얻어 밥 먹고 뒷간 볼일 보는 것 외에는 오로지 정진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사람으로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서 이제 모든 세상사 접어놓고 이 깊은 산중에 앉았으며, 믿음이 가는 선지식을 의지하여 공부하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가족도, 돈도, 명예도, 사랑도 모두 놓아버렸다. 아무런 속박도 걸림도 없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남은 것은 오로지 정진뿐! 내 속에서 일어나는 번뇌는 내 탓일 뿐,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성철 스님은 10년이나 장좌불와(長坐不臥) 하셨다는데 나도 최소한 누워 자지는 말자.
어떠한 것이 부처입니까? [如何是佛]
북악산이 거꾸로 서서 다니더라. [北岳山倒立行]
'왜 북악산이 거꾸로 서서 다닌다고 하셨는고?'
'왜 북악산이 거꾸로 서서 다닌다고 하셨는고?'
'왜 북악산이 거꾸로 서서 다닌다고 하셨는고?'
의심만 여일(如一)하게 이어졌으면 좋으련만 어느새 망상(妄想)이 들어와 의심을 빼앗아 가버린다. 망상은 또 다른 망상을 불러오고, 정신을 차려보면 한참 다른 데 빠져 헤맨 뒤다.
어록(語錄)에 보면 '고양이가 쥐 노리듯이,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닭이 알을 품듯이, 아이 잃어버린 어미가 아이 생각하듯이, 화롯불을 머리에 이고 있듯이 하라'고 했다. 쓸데없는 망상에 빠져 한참을 헤매고 나면 '이놈아, 뭘 하고 있나!' 하면서 다리를 꼬집고 몽둥이로 마구 때렸다.
'망상에 빼앗겨 있을 때에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큰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데 화두를 놓쳐버리면 잡아먹힌다. 깊은 바다 속에 있는데 화두를 놓치면 물이 나를 덮친다.' 이렇게 가정해 놓고 화두를 망상에 빼앗기지 않도록 밀고 또 밀어나갔다. 컴컴한 방에서 밤을 지새길 며칠, 어쩌다 거울을 보면 눈빛은 호랑이 눈처럼 빛이 났다. 허벅지에는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말을 안하고 사니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며칠이 지났을까, 어느 날 머리에 앞뒤로 커다란 혹이 생겨났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한숨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사흘 정도 지나자 서서히 혹이 가라앉으면서 살 것 같았다. 혹이 다 사라지고 나자 머리 속이 가을 하늘처럼 텅 빈 것 같고 몸은 깃털처럼 가벼웠다. 마음도 텅 빈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두가 온 데 간 데 없이 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의심을 꺼내어 보아도 아무 것도 아니었다. 간절한 의심은 없어지고 공부를 시작하기 전과 똑같았다. 그 정신은 늘 가지고 있는 평상시의 정신이었다.
'내가 생사(生死)에 자재(自在)한 건 아닌 걸 보니 분명 도통(道通)한 것은 아닐텐데 의심이 되질 않으니 이젠 어떡하나? 도인을 만나 화두를 받았건만 화두가 들리지 않으니 앞으로 공부를 어떻게 하나?'
그렇게 몇 달이 흘러갔다. 그러던 중 객스님이 한 분 오셨다.
"공부를 하려면 목숨을 내놓고 해야 합니다. 지난 철 봉암사 선방에 살던 스님 한 분은 절 마당에 앉아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일주일을 용맹정진 했습니다." 하시며 경책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다시 분심(憤心)을 내었다.
'이렇게 시시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 목숨을 내놓고 해야지.'
절에서 왼쪽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에 손바닥만한 땅이 있었다. 거기에 열흘 정도 걸려서 방 한 칸에 부엌이 달린 작은 토굴을 하나 지었다. 된장과 호박 하나를 옮겨갔다. 가는 길 중간쯤에 절벽이 있어서 사다리를 치워버리면 아무도 올 수 없는 천연요새였다.
바위 위에 앉아 날이 어두워지고 별이 뜨면 그 옛날 왕궁을 버리고 설산(雪山)으로 들어간 싯다르타를 생각했다. 수많은 역대 선지식들도 이 길을 갔으리라.
그렇게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장좌불와(長坐不臥): 눕지 않고 정진하는 것.
― 능인스님의 『선방 이야기 토굴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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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