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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교직 생활을 그만 두고 사직서를 쓰고 나올 때의 기분은 실로 하늘을 나는 듯한 것이었다. 감옥살이를 하다가 풀려났을 때의 기분이 이러할까. 하지만 산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운 것만은 아니었다.
불가(佛家)에 입문하여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양가(兩家)에 죄를 짓는다는 말이 있다. 낳아 길러주신 부모님께 불효함이 한 가지요, 평생 시은(施恩)을 지고 불은(佛恩)을 갚지 못함이 또 한 가지이다.
세 살 위의 형님이 몇 해 전에 입산한 뒤 상심하신 아버님은 결국 1년도 안 되어 돌아가셨다. 그런데 이번에 나까지 입산하겠다고 하니 고향에 홀로 계시던 어머님은 완강히 반대하셨다.
너희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뻔히 알면서 또 가겠다는 것은 나를 보고 죽으라는 말과 같으니 네가 가면 나는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가서 죽어버리겠다고 하시며 서럽게 서럽게 우시던 모습이 앞을 가로막았다.
겨우 겨우, 3년만 시간을 주면 산에 가서 공부하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입산했으니 이젠 3년 안에 견성성불(見性成佛)하여 생사 해결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어깨를 무겁게 했다.
중국 천하를 통일한 청나라 순치황제(順治皇帝)는 황제의 자리와 처자식을 버리고 다음과 같은 출가시(出家詩)를 지어 부르며 산 속으로 들어갔다.
곳곳마다 총림이요 쌓인 것이 밥이거니
대장부 어디간들 밥 세 그릇 걱정하랴
황금과 백옥만이 귀한 줄 알지 마라
가사 장삼 얻어 입기 무엇보다 어렵도다
이 내 몸 중국천하 주인 노릇하건마는
나라와 백성 걱정 마음 더욱 시끄러워
인간의 백 년 살이 삼만 육천 날인들
풍진 떠난 명산대찰 한나절에 미칠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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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인스님의 『선방 이야기 토굴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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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