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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산(入山) 출가(出家)를 결심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맏형님께서 불교용품점을 하였기에 평소에 불교서적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어느 스님이 쓰신 글에서 도(道) 닦는 것을 '대장부가 일생을 바쳐볼 만한 일'이라고 하신 것을 보고 나도 일생을 도 닦는데 바쳐보리라고 다짐하였다.
수행자를 가리켜 운수납자(雲水衲子)라고 하듯, 걸망 하나 메면 바람처럼 구름처럼 훌훌 떠나가는 삶이 좋아 보였다. 또한 마음의 번뇌에서 벗어나 생사(生死)에 자재(自在)하고 뭇 중생들을 구제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 삶인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는 일이었다.
입산을 결심한 이후 실제로 입산하기까지는 10년의 세월이 걸렸으나 그 동안 마음이 흔들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스님이 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졸업증명서가 있어야 하기에 할 수 없이 고등학교를 다녔고, 부모님 소원을 풀어드려야겠기에 교육대학을 나온 뒤 초등학교 교직에 5년간 몸담았다. 하지만 그 동안 내 머리 속은 온통 입산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교육대학을 졸업할 때가 되면 배정 희망지역을 적어내는데, 나는 동해 바다에 접해 있는 군(郡)을 모조리 적었다. 산골 마을에서 자라난 데다가, 바다가 없는 충청북도에서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바다 구경을 할 기회가 적었고, 탁 트인 시원한 바다가 너무나 보고 싶었기에 바닷가에서 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원하던 대로 바닷가에 있는 학교로 첫 발령이 났다. 동해 바닷가에 있는 구룡포와 감포 중간쯤 되는 곳이었다. 바람이 없어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한 날 해질녘에 저녁노을이 물드는 바다를 보며, 하얀 달빛이 물결에 일렁이는 밤바다를 보며, 그렇게 5년 간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커다란 행운이었다.
몸은 세속에 있으나 마음은 절에 가 있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이중인격자(?)가 되어 버렸다. 낮에는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 새벽시간에는 일찍 일어나 1시간 정도 참선을 하고, 퇴근 후에는 경전을 사경(寫經)하는 등의 생활을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사경(寫經) : 경전을 베껴 쓰는 일. 경전을 전파하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로 여겨져서 그 공덕이 매우 크다고 찬탄하고 있음.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나 현재에도 매우 중요시되는 신행활동의 하나임!
― 능인스님의 『선방 이야기 토굴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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