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착심도 말씀하셨는데 집착심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 혜봉 : 자신의 마음을 놓아 보십시오. 그러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을 놓을 때 바로 놓아지면 집착이 아주 적거나 집착이 붙지 않은 상태이지만 마음이 바로 놓아지지 않으면 집착이 있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집착은 어떤 대상을 소유하고 있거나 가지고 있을 때 생겨서 붙은 마음이며 탐심은 그것이 없을 때 생기게 됩니다. 집착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자신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나 직위나 명예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 사라진다고 명상해보는 것입니다.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구름이 흩어져 없어지고 강물이 흘러가는 것을 아무 마음 없이 보듯이 볼 수 있으면 집착이 없는 것이며, 사랑하는 사람이나, 같이 살던 사람이거나, 자신이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떠나가도 있을 때와 같이 마음이 평화롭다면 그는 집착이 없다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하던 사업이 무너지거나 할 수 없는 상황이 와도 요동치는 마음이 없다면 집착이 없다 하겠습니다.
▶ 명상 중에는 집착이 없는 줄 알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던데요.
■ 혜봉 : 명상을 통해서 집착을 끊을 경우는 흔히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정말로 집착이 끊어진 경우이며 또 다른 하나는 생각은 끊어졌지만 마음의 뿌리는 뽑히지 않는 경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상 중에 집착이 놓아진 분은 자신이 집착하고 있는 것을 실제로 놓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타인에게 줘보면 잘 알 수 있으며 상대가 원하는 것에 응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명상할 때와 같이 실제 상황에도 마음이 없으면 집착이 없는 것이며 실제 상황에서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마음의 뿌리에 집착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 평소에 보시를 잘하는 사람은 집착이 없다 할 수 있습니까?
■ 혜봉 : 물론 그렇다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 중에는 보시물에는 집착이 없으나 보시하는 행위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자기 자신이 집착하는 줄도 모르고 보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와 같은 경우에는 자신이 집착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지요?
■ 혜봉 : 보시한 결과에 대해서 자신이 뜻한 대로 되지 않았을 때 마음이 일어나면 집착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많은 분들은 보시를 하면서도 그냥 하지 않고 복을 바라거나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뜻을 세워놓고 바라는 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시를 합니다. 예를 들면 자식이 좋은 학교에 가기를 바라거나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거나 집안이 잘 되기를 바라거나 부자가 되기를 바라거나 사업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시를 합니다.
▶ 그런 보시는 잘못된 것입니까?
■ 혜봉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보시 자체에는 잘 되고 못 되고가 없습니다. 다만 보시하는 마음에 따라서 그 공덕이 영원한가 아니면 영원하지 않은가 하는 차이밖에 없습니다. 즉 무엇인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시를 행하면 그 결과가 영원하지 않으며 그 결과가 바라는 만큼 한정되어져 버리기 때문에 그 결과가 달라집니다.
이를테면 보시를 행하면서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행하면 그 공덕이 자식한테 한정되어 버리고, 모든 중생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행하면 그 공덕이 중생의 수만큼 많아지고, 바라는 바가 없이 행하면 보시하는 그 자체가 이미 공덕이라서 그 결과는 정함이 없기 때문에 한량없다 하겠습니다.
▶ 뜻을 세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 혜봉 : 이것은 특정한 사람한테 보시한다는 마음이거나 특정한 일을 위해서 꼭 쓰여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 그런 경우는 왜 문제가 됩니까?
■ 혜봉 : 명상을 하면서 함께 확인해 보겠습니다. 다 같이 마음을 고요히 하고 제가 말씀드리는 것을 가지고 자기 자신에게 묻도록 합니다. (모두 마음을 고요히 하고 명상을 한다.) 첫째, 자신은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서 모은 돈으로 어느 단체에 보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단체의 대표가 개인적으로 착복을 했습니다. 그러면 자신은 어떻게 하는 지를 명상해 보세요. 둘째, 가정의 행복을 위해 절이나 교회에 가서 시주도 하고 헌금도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과의 다툼이 끝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자신은 어떻게 하는지를 명상해 보세요. (잠시 후 죽비를 치고 명상을 마친다.)
화가 나거나 원망심이 일어나거나 따지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분들은 손을 들어 보세요. (여러 사람들이 손을 든다.) 바로 이와 같습니다. 보시는 누군가를 돕거나 기부를 하는 행위인데 결과는 화가 나고 원망하며 따지고 싸우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돕는 일이 결국은 원망하고 따지고 싸우는 일이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물론 모든 일이 꼭 이와 같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받는 사람이 주는 사람의 뜻을 잘 살펴서 쓰는 경우도 많고 바라는 바대로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지요?
■ 혜봉 : 전자의 경우는 보시하는 사람과 보시 받는 사람의 뜻이 다른 데서 생기는 문제이며, 후자의 경우는 두 사람 사이에 생긴 불화의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을 없애야지 불화의 원인은 놓아두고 절이나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헌금하고 보시한다고 하여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 명상이 집착을 끊는 데 어떤 도움이 됩니까?
■ 혜봉 : 탐욕을 부리고 집착을 하는 것도 마음이 대상에 대하여 마음을 지어서 마음으로 탐욕을 부리고 집착을 하듯이 탐욕과 집착을 내려놓는 것도 역시 마음이 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명상 중에 탐욕과 집착을 내려놓는 것은 마음으로 지어서 마음으로 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마음을 지을 때는 보통 그 대상을 보고 짓지만 명상을 할 때는 그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자신의 마음을 보고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기 때문에 명상 상태에 따라서 그 뿌리까지 뽑히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상황이 되면 마음 속 깊이 있던 마음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상을 통해서 탐욕과 집착을 놓았던 사람은 명상을 통해서 탐욕과 집착을 놓아 본 일이 전혀 없는 사람과 비교하면 실제 상황에 부딪쳤을 때 명상을 한 사람이 마음의 상처나 변화가 약하게 작용합니다. 즉 명상을 한 만큼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 대상을 봐야 마음을 짓습니까?
■ 혜봉 : 대상을 보지 않고도 마음속으로 상상을 하면서도 온갖 마음을 짓고 만들고 집착하고 매달리고 빠지기도 하고 묶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대상을 보고 짓는 것보다도 마음속으로 짓는 망상이 오히려 더 큰 망상입니다.
▶ 보시를 잘 하는 사람들이 보시물에는 집착이 없다 하셨는데 정말 그런지 알고 싶습니다.
■ 혜봉 :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말하자면 보시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일반적으로 자신이 보시하는 보시물에 대하여 집착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보시를 하면서 아까운 생각이 든다든지 자신이 베푼 보시를, 이를테면 자신이 아끼던 물건을 친한 사람에게 선물을 했는데 상대가 그 물건을 소홀히 다룰 때 화가 난다든지 하면 그는 아직도 보시물에 대하여 집착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 탐심은 좋다는 생각에서 생긴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좋다는 생각은 어디서 어떻게 생기게 됩니까?
■ 혜봉 : 좋다는 생각은 흔히 즐거운 느낌에서 생기게 되며 이 즐거운 느낌은 보고, 듣고, 냄새맡고, 음식을 맛보고, 몸으로 사물과 접촉을 하고 마음이 만든 현상과 만날 때 생기게 됩니다.
▶ 그렇다면 결국은 감각을 잘 다스리라는 말씀이 되는군요.
■ 혜봉 :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든지 사물을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을 보고, 몸이 사물과 접촉하거나 손이 물건을 만지고, 마음이 만든 현상을 만날 때 느낌이 일어나게 되며 그 느낌에 따라서 생각을 짓게 마련이며 이것이 좋다 할 때에는 탐심과 탐욕을 일으키고 좋다하는 것이 자기 것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잃지 않으려고 집착하게 됩니다.
|
선불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