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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닙니다.
■ 혜봉 : 죽은 시체도 눈이 있고 입도 있죠?
▶ 예.
■ 혜봉 : 죽은 시체가 보기도 하고 먹기도 합니까?
▶ 아닙니다.
■ 혜봉 : (종을 치면서) 소리를 듣습니까?
▶ 예.
■ 혜봉 : 무엇이 보기도 하고, 듣기도 하고, 물도 마시고, '예' 하고 말도 합니까?
▶ 마음입니다.
■ 혜봉 : (종을 다시 치면서) 마음이 이 소리를 듣는다 합니까?
▶ 아닙니다. 그냥 듣습니다.
■ 혜봉 : 그러면 뭐죠?
▶ 모르겠습니다.
■ 혜봉 : '없다' 할 수 있습니까?
▶ '없다' 할 수 없습니다.
■ 혜봉 : 그렇다면 바로 일러보세요.
▶ 말로 할 수 없습니다.
■ 혜봉 : 말로 할 수 없지만 분명하지요?
▶ 예, 분명합니다.
■ 혜봉 : 숨도 쉬지요?
▶ 예.
■ 혜봉 : 말도 하지요?
▶ 예.
■ 혜봉 : 밥도 먹지요?
▶ 예.
■ 혜봉 : 이와 같이 숨도 쉬고, 밥도 먹고, 말도 하고, 걷기도 하고, 일도 하고,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온갖 짓거리를 하는데 말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말로 할 수 없어도 항상 분명합니다.
▶ 그렇다면 말로 할 수 없는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 혜봉 : 보는 순간, 듣는 순간, 숨쉬는 순간, 물마시는 순간, 움직이는 순간, '이것이 뭔가' 하고 한 순간도 여의지 말고 여일하게 참구하면서 나아가세요.
▶ 그러면 보고, 듣고, 숨쉬고, 물 마시고, 움직이는 이것이 뭔가 하고 참구하면 되겠습니까?
■ 혜봉 : 보고, 듣고, 숨쉬고, 물마시고 움직이고 하는 것이 본다, 듣는다, 숨쉰다, 물마신다, 움직인다 합니까?
▶ 그렇지 않습니다.
■ 혜봉 : 보고, 듣고, 숨쉬고, 물마시고, 움직이고 하는 것이 각각 따로 따로 있습니까?
▶ (침묵하다가) 모르겠습니다.
■ 혜봉 : '왜 모르겠다'고 하지요?
▶ 말로 할 수 없습니다.
■ 혜봉 : 말로 할 수 없다 함은 무엇입니까?
▶ 이거다 저거다 이름 붙일 수 없고 설명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없다 할 수도 없고 도무지 말로 이를 수가 없습니다.
■ 혜봉 : 그러면 그놈이 뭐죠?
▶ 모르겠습니다. 다만 콱 막혀서 답답할 뿐입니다.
■ 혜봉 : 어떻게 화두를 참구해야 하는지 이제 알겠습니까?
▶ … 몰라서 오직 답답하기만 합니다.
■ 혜봉 : 없는 것은 아니나 '이것이다'라고 말로 할 수도 없고 알고자 하나 모르기 때문에 오직 답답하기만 하고 '이 뭣고?' 하는 의문만 남는다면, 말이 끊어진 화두문에 들어섰다 하겠습니다. 아무튼 물러서지 말고 '이 뭣고' 하면서 참구해 나아가세요.
▶ (며칠 후에 다시 만나 묻기를) 저는 화두참구가 잘 안 되는데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습니까?
■ 혜봉 : 지난 번에 일러주었던 것과 같이 물러서지 않고 참구하면 분명할 텐데, 무엇이 또 방해를 해서 잘 안 된다고 하지요?
▶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도저히 화두를 참구할 수 없었습니다.
■ 혜봉 : 가슴이 어떻게 답답하던가요?
▶ 화두를 들면 들수록 처음에는 가슴이 답답하다가 점점 커져서 가슴이 터질 것 같고 나중에는 온통 모든 것이 답답함으로 꽉 차는 것 같습니다.
■ 혜봉 :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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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