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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화두를 들고 있다가 보면 어느 사이에 화두는 사라지고 일체 생각도 사라지고 그냥 고요하기만 합니다.
■ 혜봉 : 무슨 화두를 들고 있습니까?
▶ '이 뭣고?' 하는 화두를 들고 있습니다.
■ 혜봉 : 왜 화두를 들고 있습니까?
▶ 자성을 깨치려고요.
■ 혜봉 : 자성을 깨치려면 무엇을 알아야 자성을 깨닫는지 아십니까?
▶ 모릅니다.
■ 혜봉 : 화두를 어떻게 참구합니까?
▶ 그냥 '이 뭣고' (특히 '고'에 마음을 실은 듯이 이 뭣 고∼ 한다) 합니다.
■ 혜봉 : 알고자 하는 대상도 없이 그냥 '이 뭣고' 한다는 말입니까?
▶ 예, 그냥 오직 '이 뭣고' 합니다.
■ 혜봉 : 당신은 달을 놓쳤군요
▶ 무슨 말씀인지요?
■ 혜봉 : 달을 가리켜서 달이 뭔지 깨달으라고 '이 뭣고' 하는 화두를 들라고 했는데 달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달을 가리키는 막대기와 같은 '이 뭣고'라는 말만 잡고 있다가 '이 뭣고'라는 말마저도 사라져버리고 고요한 마음에 빠져 있군요.
▶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 혜봉 : (컵을 들어 보이면서) 이게 뭐죠?
▶ 컵입니다.
■ 혜봉 : 이름 말고 진짜를 일러보세요.
▶ 그냥 그것입니다.
■ 혜봉 : 그냥 그것이라는 것도 이름이요, 설명입니다. 이름이나 설명 이전에 이 놈이 뭐죠? (컵을 눈앞에 내민다)
▶ 그것은 무(無)입니다.
■ 혜봉 : 이것이 어찌하여 무(無)입니까?
▶ 본래 없는 데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 혜봉 : '이것이 어디서 나왔는가' 하고 물었습니까? 아니면 '이것이 뭔가' 하고 물었습니까?
▶ '이것이 뭔가' 하고 물었습니다.
■ 혜봉 : (컵을 다시 들어 보이며) 이것을 분명하게 봅니까?
▶ 분명하게 보고 있습니다.
■ 혜봉 : 그렇다면 눈앞에 분명하게 보고 있는 이것이 도대체 뭐죠?
▶ 모르겠습니다.
■ 혜봉 : 이제 아시겠습니까?
▶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 혜봉 : 이름 붙이기 전에 이것이 뭔지 일러보세요.
▶ 모르겠습니다.
■ 혜봉 : 모르는 것이 분명합니까?
▶ 분명합니다.
■ 혜봉 : 이제 어떻게 화두를 참구해야 하는지 알겠습니까?
▶ 그러면 자기 자성은 어떻게 참구해야 합니까?
■ 혜봉 : (컵에 물을 따라서 들어보면서) 이것을 봅니까?
▶ 예.
■ 혜봉 : 무엇이 봅니까?
▶ 눈이 봅니다.
■ 혜봉 : 물 한 잔 드세요. (물컵을 내민다)
▶ (물을 받아 마신다)
■ 혜봉 : 무엇이 물을 마십니까?
▶ …
■ 혜봉 : 입이 물을 마신다 할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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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