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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허무승이 있었다. 산성(散聖)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도인을 인상(因上)과 과상(果上)으로 나누는데 인상은 생사윤회의 고통의 일상을 뼈저리게 느껴 수행해서 성인이 된 분들을 말하고, 과상은 성인 즉, 불위(佛位)에 오른 분들로서 이 사바세계 중생들을 교화하러 오신 분들을 말한다. 선종사(禪宗史)에는 이 과상도인들이 무수하게 등장한다.
임제스님 당시에 보화존자(普化尊者)가 그런 분이었다. 임제스님 회상에 살면서 항상 길거리를 활보하며 요령을 딸랑딸랑 흔들며 다녔다. 선구(禪句)를 흥얼거리면서 하루는 사람들에게 “나에게 옷 한 벌 보시하시오” 하자 사람들은 평소에 존자를 존경했으므로 정성껏 옷을 지어 바치자, 그 때마다 이런 옷이 아니라며 받지 않았다. 임제스님은 원주를 시켜 관(棺)을 하나 사 오라 했다. 보화존자가 절에 돌아왔을 때 임제스님은 말했다. “나는 그대를 위하여 옷을 한 벌 마련하였소” 하니, 존자는 희색이 돌며 빙그레 웃더니 훌쩍 그 관을 짊어지고는 요령을 흔들면서 다시 큰 길가로 나가는 것이었다.
그는 가장 번화한 거리에서 관을 등에 진 채 요령을 딸랑딸랑 흔들며 엄숙하게 선언했다. “임제 스님께서 나에게 이런 훌륭한 옷을 만들어 주셨소. 이제 동문으로 가서 이것을 입고 나는 열반에 들겠소이다.” 사람들은 늘 기이한 행동을 하던 보화존자가 관을 메고 ‘열반에 들겠노라’고 선언하니, 호기심이 발동해 너도 나도 앞 다투어 장사진(長蛇陳)을 치며 따라 갔다. 동문에 이르자 보화존자는 요령을 흔들며 사방을 두루 돌아보더니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내일 남문에 가서 입적(入寂)하겠노라” 하고, 조금 전의 말을 바꾸었다. 군중들은 하는 수 없이 내일을 기약하고 서운한 채 흩어졌다. 다음날 뿐만 아니라 몇 차례 핑계를 대고 유유히 사라졌다. 실망한 사람들은 화를 내며 욕을 퍼붓고는 돌아갔다. 그 이튿날 북문으로 나온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는 북문에 이르자 문밖으로 나가서 평평한 바위 위에 관을 내려놓고는 뚜껑을 닫고 못을 단단히 박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 말이 성내에 퍼지자 이제는 정말인가 보다 하고 삽시간에 사람들이 구름 같이 모여들어 관을 중심으로 겹겹이 싸고 또 쌌다. 그러나 반석 위의 관은 움직일 줄 모르며 고요했다. 군중들 중에 누군가 “자, 이제 그만 떠들고 관을 좀 열어 보는 게 어떻소?” 이윽고 관 뚜껑이 열렸다. 관 속에는 머리털 한 오라기 없이 텅 비어 있지 않은가! “와, 아무 것도 없다!” 군중은 넋을 잃고 있을 그 때, 딸랑딸랑 너무도 귀에 익은 요령소리가 바로 위의 공중에서 울려왔다. 군중은 일제히 머리를 들어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한 줄기의 서광(瑞光)만이 하늘 높이 뻗어 있었다. 요령소리는 점점 하늘 저 멀리 멀어져 가는데, 군중은 모두들 그 자리에서 합장하거나 무릎을 꿇고 허공을 향해 무수히 예배를 올렸다. 신화 같은 이야기지만 역사에 기록된 실화(實話)이다. 선가에서는 기이한 행적이나 신통력은 설사 있더라도 요상하고 천박한 짓이라고 도외시하는 편인데, 보화존자의 일은 임제스님의 선풍(禪風)을 드날리기 위한 방편이자 그럴듯한 단막극이 아니겠는가.
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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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