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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종찰 해인사는 한국불교의 대표도량이자 종정스님이 주석하는 최고의 도량으로 손색이 없는 수행처다. 내가 처음 해인사로 출가했을 때는 걸출한 일등수좌들이 모두 퇴설당과 조사전에서 정진에 몰두하던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선지식을 찾아 발심출가한 동자승들이 참으로 많았던 때이다. 나중에 삼소굴(三笑窟)의 경봉 노사를 친견하려고 통도사로 오고 말았지만 지족암(知足庵)의 일타(一陀)화상은 반대로 통도사에서 고경(古鏡) 큰스님을 모시다가 해인사로 들어가신 경우라서 나와 대비된다 하겠다. 일타스님은 가끔 통도사에 오셔서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하며 삼소굴 노사를 잘 모시라고 특별히 당부하곤 하셨다.
겨울 안거가 이제 며칠 안 남았다. 극락선원은 해마다 10월 그믐에는 불조봉찬회 주최로 인도와 중화로부터 법등(法燈)을 이어오신 33분 조사님들의 영정(影幀)에 제사를 모신다. 10년전 나의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겨울 안거(安居)가 시작되었다. 지난 10월 보름날 결제(結制)를 하였는데, 큰방 스님이 모두 28명, 그 긴 큰 방 아랫목과 윗목에 전부 14명씩 둘러앉으니, 참으로 장엄스러웠다. 아침 8시, 입선(入禪)이 시작되면 아침의 붉은 해가 이곳 삽삼조사각(三祖師閣) 앞으로 떠오르는데, 그 밝은 햇살 속으로 부처님의 일념돈각(一念頓覺)의 행진, 그것은 이 세상의 어떤 아름다움의 황홀함도 그것에 비교할 바 아니다. 의식(意識)이 모조리 침잠되어 버린 뒤 퍼붓는 홍일(紅日)의 장관이랄까. 조금은 사치스런 관찰 같지만, 일년 중에 동지(冬至)를 전후로 해서 아침 햇살이 제일 붉고 찬란한 것 같다. 그 햇살을 받으며 좌복 위에 입선(入禪)하여, 한 곳으로 일념을 한도 끝도 없이 몰고 가는 그 청복(淸福)을 이 지구상에 어느 황제가 누릴 것인가.”
염관(鹽官)의 회상에 일 보는 중 하나가 죽을 때가 되니, 저승사자가 잡으러 왔다. 이에 그 중이 말했다. “나는 대중의 일을 보다가 수행을 못했으니, 7일 동안의 말미를 주지 않겠는가?” “염라대왕께 여쭈어 보아서 허락하시면 7일 뒤에 오겠고, 그렇지 않으면 바로 오겠소.” 그렇게 말하고 나서 7일 만에 다시 왔는데, 그 중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한 중에게 물었다. “만일 왔더라면 어떻게 대꾸했겠소?” 동산(洞山)이 대신 대답하되 “벌써 그에게 들켰다.” 임제(臨濟)가 중이 오는 것을 보자, 불자(拂子)를 들었다. 중이 절을 하니, 임제는 때렸다. 중이 전혀 돌아보지도 않으니, 임제는 또 때렸다. 또 다른 중이 와서 뵈니, 임제는 불자를 들었다. 중이 이렇게 말했다. “화상께서 지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임제는 또 때렸다. 운문(雲門)이 대신 말하되 “그 노장이 의심스럽구나.” 대각(大覺)이 말하되 “얻기는 얻었으나 아직 임제의 기틀은 보지 못했다.”
도량에 앉아 편안히 참선에만 몰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는 중이 철이 좀 들어야 아는 소식이다. 이번 결제에 전국 선원의 수좌들은 더욱더 용맹정진하여 모두 일대사를 해 마치기를 바란다.
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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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