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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이란 무릇 조사의 관문을 통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화두의 의심처에 단단히 메어두어야 한다. 한 가지 의심되거나 선지식의 법문을 확실하게 믿고 의심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막신일호(莫神一好)라 했던가.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한 길로만 내달리는 우직한 멧돼지처럼 살았는지도 모른다.
조선조 말엽 서산 천장암(天藏庵)에 한 선지식이 나셨다. 나중에 북간도에서 열반한 수월선사(水月音觀,1855~1928)라면 모르는 이가 없으리라. 스님은 출가하기 전에는 부목(負木) 일을 했다. 하지만 무엇이든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실천하는 분이었다. 33세에 천장암 태허 화상에게 출가하였고, 그는 행자생활 중에 항상 대비심다라니를 지송하였다. 한 번은 솥뚜껑 장단으로 열심히 외우는데, 밥쌀을 씻어두고 가마솥에 물을 가득 부어 불을 지폈다. 그런데 그의 스승이신 경허 선사가 지나가며 보니 솥에 물은 펄펄 끓는데 불을 계속 지피면서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 나막 알야 바로기제 새바라 다바…’하고 외우고만 있었다. 그래서 조금 있다가 다시 와보니 밥주걱으로 솥뚜껑을 두드리며 계속 신묘장구만 외우고 있었다. 한 나절이 다 되도록 계속 불을 지피니 솥이 벌겋게 달아올라 곧 불이 날 지경이었다. 경허 선사는 사람을 시켜 불을 끄게 하고는 삼매에 빠진 수월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하였다. 다른 행자들은 이제 수월이 크게 혼나거나 쫓겨날 것으로 예상을 하였는데, 큰스님은 오히려 자상하게 보살펴 주시더니 정신을 차리니 바로 수계를 하도록 배려하시는 게 아닌가. 그후 수월은 불망념지(不忘念智)를 얻어 심지(心地)를 깨닫고는 경허 선사의 법을 이었다. 그러니 참선은 요리조리 따지고 해석해서는 공안타파를 하기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다.
참선 공부에 중요한 교재 중 서장(書狀)에서 대혜 선사(大慧,1089 ~1163)는 증개거사(曾開居士)에게 보내는 편지법문에서 “보지 못하였는가. 선재동자가 문수보살로 인해 발심하여 110성을 거쳐 53분의 선지식을 찾아가 해탈법문을 실천하고는 미륵보살의 손가락 퉁기는 사이에 모든 선지식들의 법문을 모두 잊어먹고 문수보살을 친견하고자 하였는데 그 때 문수보살이 멀리서 손을 뻗쳐 선재의 이마를 만지면서 말하였다. ‘만일 믿음의 근본을 여의었다면 마음이 하열하고 공덕과 수행이 갖추어지지 않고 모든 정진을 할 수 없었으리라.’ 그리고는 보현보살을 찾아 한 생각에 삼천대천세계 미진수의 선지식을 뵙고 공경히 가르침을 받들어 보현보살의 모공세계(毛孔世界)에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며 말할 수 없는 그지없는 세계를 지나 보현보살과 같아지고 부처님 경지와 같아져 다름이 없었다. 그리하여 6식을 돌려 6신통을 이루고 번뇌를 돌이켜 보리를 이루었다.”
참으로 신심이 절로 나는 구절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됨은 오직 끝까지 진실하게 믿는 마음이 오직 한 길로만 뻗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대혜 선사는 말씀하신다. 그러니 한 생각에 몰입하고 삼매에 푹 빠져버릴 수 있는 근기라야 몰록 생사를 초월할 수 있는 것이리라.
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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