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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산 토굴에는 바위 밑에 작은 법당이 있었다.
관세음보살상을 모셔 놓았는데 그 불상이 이 곳에 오게 된 연유는 이렇다.
이 불상은 근대의 큰스님 수월 스님께서 평소에 모시고 계시던 원불(願佛)이었는데, 어느 날 한쪽 방향으로 방광(放光)을 하였다고 한다. '이 부처님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시려나보다' 하시며 걸망에 짊어지고 빛이 비친 방향으로 길을 떠났다.
그러다가 소낙비를 만나 길가에 있는 어느 집으로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갔다. 그리고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사흘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집 안주인 보살님이 자나깨나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관세음보살'을 부르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작은 절을 하나 지어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살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모시고 있던 불상을 내어 드렸다고 한다. 조그만 목불(木佛)인데 모양이나 채색으로 봐서 중국에서 넘어온 불상 같았다.
어느 날 등산객 몇 명이 오더니 "이 절엔 여자 부처를 모셔놓았네." 하면서 떠드는 소리에 놀라 심장이 몹시 뛰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사람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살다보니 사람들의 말소리를 들을 일이 적었고, 밤낮 방안에서 벽을 향해 앉아 참선에 몰두하다보니 신경이 예민해져서 작은 소리에도 놀라게 되었다.
그래서 호법신장들을 원망했다. '아니, 불법(佛法)과 수행자들을 지키겠다고 서원을 했으면 내가 비록 스님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로지 수행 목적으로 이 산중에 와 있는데, 등산객들을 못 오게 하든지 조용히 지나가게 해야지 이렇게 놀라게 만들다니.....'
그 날 이후로 내가 이젠 살만하니 괜찮다고 할 때까지 석 달 동안 한 사람도 절 마당을 지나가지 않았다. 올라오던 사람들은 절이 보이면 잘못 왔다고 하면서 내려가 버렸고, 내려오던 사람들도 절 근처에 오면 길도 없는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 능인스님의 『선방 이야기 토굴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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