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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혼자 살고 있으면 사람들은 무서워서 어떻게 혼자 사느냐고 묻는다. 산 속에서 익숙해지면 아무런 두려움이 없이 편안하기만 하다. 흔히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고들 하는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이 깊은 산 속에 석유 곤로와 냄비 몇 개, 그릇 몇 개가 살림살이 전부인 바위 밑 토굴에 도둑이 올 리도 없지 않은가?
혼자 지내는데도 가끔 거울을 보면 얼굴엔 미소로 가득하다. 정진이 여일(如一)하지 못한 게 탈이지 다른 문제는 없다.
어느 날 밤이었다. 제비가 처마 밑에 둥지를 지어 새끼를 기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 갑자기 제비새끼의 비명소리가 다급하게 나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나와보니 커다란 지네가 제비새끼를 물고 있는 것이었다. 작대기로 지네를 떼어놓고 제비새끼를 가져다가 광주리에 담아 방에 들여다 놓았다.
자고 나 보니 제비새끼는 죽어 있었다. 제비새끼의 처절한 몸짓과 눈빛, 지네의 잔인함이 못내 잊혀지지 않았다. 이때까지는 산중에서 홀로 지내도 아무런 무서움이 없었는데, 이때부터 갑자기 무서워지는 것이었다. 밤에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낮에도 무서워서 방 밖으로 나가기가 싫어졌다.
모든 생명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벌레를 잡아먹는 새만 봐도 무섭고, 개구리를 봐도 무섭고, 개미를 봐도 무서웠다. 두꺼비가 벌레를 잡아먹는 것을 보면 무서워서 몸이 덜덜 떨렸다. 모두 살생심으로 가득했다. 그들의 살기가 전해져왔다.
이때까지는 흘러가는 구름과 불어오는 바람은 너무나 평화로웠고, 지저귀는 새소리는 이 세상 어떤 음악보다도 아름다운 노랫소리였으며, 나뭇가지의 흔들림이나 돋아나는 풀 한 포기에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는데 이제는 모든 것이 무섭기만 했다. 그렇게 무서움에 떨기를 며칠, 어느 날 고요히 앉아 마음을 살펴보았다.
'이 두려움은 어디에서 왔는가? 육근(六根)이 바깥 경계에 닿아 관념을 낳았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감각이 모양과 소리에 닿아 무섭다는 의식이 생겨났고, 그런 의식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공포의 관념 속에 빠져있는 것이다.
오온(五蘊)과 육근은 본래 무상(無常)하여 실체가 없는 것이다. 모든 물질과 마음의 바탕은 공(空)한 것인데 공연히 내가 달그림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두려움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스로 허공에 꽃을 만들어놓고 꽃향기에 취한 것이다.'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두려움은 사라지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육근(六根): 여섯 가지 인식기관, 즉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오온(五蘊): 각각의 존재의 5가지 구성요소, 즉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
― 능인스님의 『선방 이야기 토굴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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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