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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는 화장실을 해우소(解憂所)라고 부른다.
해우소에서 외는 진언(眞言)이 있는데 그 첫머리는
'버리고 또 버리니 큰 기쁨일세'이다. 비우는 것은 큰 기쁨이다.
절간의 해우소는 그 깊이가 무척 깊다. 스님 셋이서 자기 절 뒷간 자랑을 했다.
"우리 절 뒷간은 볼일을 다 보고 일어나면 그제서야 '척'하는 소리가 들린다."
옆에 있던 스님이 말했다.
"우리 절 뒷간은 아침에 볼일을 보고 저녁에 들어가면 그제서야 '척'하는 소리가 들린다.
또 한 스님이 말했다.
"우리 절 뒷간은 정월 초하룻날 볼일 본 소리를 아직도 들어보지 못했다."
천생산 토굴 해우소는 이 세상에서 최고의 해우소였다. 커다란 고무통 위에 길다란 나무토막 두 개를 걸쳐놓은 것이 전부여서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볼일을 보고, 밤에는 별을 보면서 볼일을 보아야 했지만, 주위에 들국화가 가득 피어 있어서 꽃밭으로 된 해우소였다.
향긋한 들국화 내음을 맡으며 따스한 햇살 아래 궁둥이를 내놓고 느긋하게 볼일을 보고 있노라면 호텔 화장실은 아무 것도 아니다. 바람 한 점 없는 가을날 오후, 밝은 햇살은 고요하기만 한데 붉게 물든 낙엽이 툭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들국화 해우소에 앉아 이렇게 읊조려 보았다.
바람은
고개 너머 돌장승 아래
잠이 들고
노을 빛 물든 잎사귀 위로
한 뼘
살며시 햇살이 다가서면
미련 없이 떠나는 사람 마냥
훌훌
떨어져 내려
국화 향기 가득한 가을 마당에
일렁
노오란 파문이 번진다.
*진언(眞言): 진실하여 거짓이 없는 말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깨달음이나 서원을 나타내는 말.
― 능인스님의 『선방 이야기 토굴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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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