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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서 납니다.
■ 혜봉 : 거기라니요. 거기가 어딥니까?
▶ 방바닥이요.
■ 혜봉 : 방바닥 어디입니까?
▶ 선생님께서 치신 곳이요.
■ 혜봉 : (다시 바닥을 친다.) 이곳에서 난다고 이 소리가 말했습니까?
▶ 아닙니다. 제가 말했습니다.
■ 혜봉 : 그것은 누구의 생각입니까?
▶ 제 생각입니다.
■ 혜봉 : 이 소리는 어떻게 납니까? (다시 바닥을 치면서)
▶ 손과 방바닥이 부딪혀서 납니다.
■ 혜봉 : 손과 방바닥이 부딪혀서 난다고 이 손이 그렇게 말합니까? 아니면 이 방바닥이 그렇게 말합니까?
▶ 손과 방바닥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 혜봉 : 누가 그렇게 말합니까?
▶ 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 혜봉 : 그 말은 어디서 나왔습니까?
▶ 제가 그렇게 생각을 했습니다.
■ 혜봉 : 이제 어떤 생각에 묶여 있는지 알겠습니까?
▶ 예, 알 것 같습니다.
■ 혜봉 : 이거다, 저거다,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이 모두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들을 모두 놓아버리세요.
▶ 이런 저런 생각 붙이는 놈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 혜봉 : 생각 붙이는 놈이 어디에 있습니까?
▶ 제 머리 속에 있습니다.
■ 혜봉 : 그러면 마음으로 머리 속에서 생각을 만드는 놈을 쳐부수어 열반을 시키세요. 그 놈이 바로 공부를 방해하는 번뇌의 마구니입니다. 그 놈을 쳐부수어 열반을 시키지 않고서는 참구를 해도 공부가 더 나아가지 않습니다.
▶ 저는 참구를 하다 보면 화두가 슬그머니 없어집니다.
■ 혜봉 : 그러면 화두 참구에 대해서 어떤 마음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 참구하기가 싫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 혜봉 : 왜 참구하기가 싫습니까?
▶ '진리를 알아서 뭣하나. 이 몸도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데'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 혜봉 : 몸이 왜 문제가 되지요?
▶ 몸이 너무 너무 아파서요.
■ 혜봉 : 몸이 왜 아픈지 살펴보셨어요?
▶ 아니요.
■ 혜봉 : 왜 몸이 아픈지에 대해 살펴보지 않았습니까?
▶ 아픈 것이 너무 너무 싫어요.
■ 혜봉 : 아픈 것을 싫어하지 마세요. 아픈 것도 중생인데 싫어하면 싫어할수록 마음이 고달프고, 마음이 고달프면 몸은 당연히 아프고, 몸과 마음이 아프면 삶도 또한 고달프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아픈 것은 싫다' 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왜 아픈지, 아픈 현상이 몸 중에서 어떤 부위에서 일어나는지 가만히 관찰해 보세요. 그러면 아픔의 실체가 무엇인지 아픈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아픔의 실체도 알고, 그 이유도 알면 당연히 아픔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그것이 안 될 때에는 몸이 언제부터 아팠는지, 몸이 아프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면서 살펴보세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 틀림없이 몸을 아프게 만든 일이 있고, 거기에는 그 일에 대한 마음이 반드시 붙어 있게 마련입니다.
그 일에 대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고 붙어 있으며, 그것이 업이 되고 습이 되어 그 당시에 있었던 마음에 따라 그와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그 당시의 기억은 잊어먹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속에 있는 마음에 따라 마음이 일어나 몸도 그 마음 따라 반응하고, 말도 그 마음에 따라 말하고, 인생도 그와 같이 살며, 수행할 때에도 그 습관에 따라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지나간 삶 속에서 심어 놓았던 과거의 마음을 버리지 않고서는 몸 아픈 것은 물론 공부 또한 막히게 됩니다.
그런데도 그 아픔이 소멸되지도 않고 공부에 방해가 된다면 다음과 같이 공부해 가세요. '어리석어서 이 몸을 이렇게 아프게 해놓고 싫어하고, 짜증내고, 화내는 제 허물을 참회합니다.' 하면서 아픈 몸을 다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계속해서 참회하면서 '제가 지금 이와 같이 아픈 것으로 인연하여 이 세상에서 몸 아픈 모든 중생들이 아픈 몸에서 다 해탈하시기를' 하면서 발원하세요. 그런 연후에 아픈 몸에 대하여 집착하던 마음이 사라지거나, 아픈 현상이 사라지면 다시 화두를 참구하세요.
▶저는 그냥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차리고 버리기를 하거나 호흡관을 하고 있으면 마음도 편안하고 별로 생각도 일어나는 것이 없는데 화두만 참구하면 온갖 생각이 일어나거나 온갖 현상들이 일어나서 도대체 참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화두 참구가 싫어지고, 그만두고 싶고, 도망가고 싶고, 놀고 싶고, 여행가고 싶습니다.
■ 혜봉 : 호흡관을 하거나 그냥 일어나는 현상을 알아차리고 버리기를 할 때에는 편안하고 화두를 참구하기만 하면 온갖 현상과 온갖 생각이 일어난다고 하셨는데, 그와 같은 현상에 대하여 염려하거나 공부 안 된다고 스스로를 속박하거나 시비하지 마세요. 오히려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면 공부가 나아가는 과정 중에 만나는 현상인 줄 아시고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화두를 여의지 마시고 여일하게 참구하세요. 그러다 보면 그와 같은 현상들도 스스로 다 사라지고 오직 화두 일념의 삼매로 나아가게 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화두를 참구하는 것은 광부가 금광을 찾아서 금을 캐는 일과 같은 것이며 화두는 금을 캘 때 쓰는 도구와 같은 것입니다.
금을 캘 때는 먼저 금이 아닌 잡석을 파내는 것과 같듯이 화두를 들어 참구하는 것 자체가 저 마음 속 깊이 저장되어 있던 온갖 업식들을 나오게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마음들이 올라오더라도 문제 삼지 말고 오직 화두 참구에만 몰두하세요. 그래도 여의치 않으면 화두만 남을 때까지 화두로써 번뇌ㆍ업식을 쳐부수어 없애도록 하시고, 이것도 어려우면 화두를 잠시 접어놓고 올라오는 번뇌ㆍ망상과 온갖 업식들을 없애고 나서 이것들이 사라진 연후에 다시 화두를 잡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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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