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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욕을 먹으면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욕한 사람에게 항의를 하거나 더 이상 욕하지 못하게 하는데 이것이 당연하지 않는지요?
■ 혜봉 : 당연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 자신이 욕을 먹거나 비난받을 허물이 없으면 절대로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오해받는 일도 있기 때문에 상대가 잘못 알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으나 오해받은 그 행위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도 과거나 또는 다른 어떤 행위의 결과로 계속해서 욕먹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즉 평소에 거짓말하던 사람은 사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거짓으로 생각하고 믿어주지 않을 수 있는데, 이것은 평소 그가 거짓말하는 이미지를 상대에게 심어 줬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자신의 허물을 먼저 소멸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며, 자신을 욕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자신의 허물을 일러주었으니 따질 일이 아니라 감사할 일이지요.
▶ 욕하는 것은 허물이 아닙니까?
■ 혜봉 : 욕하는 것도 물론 허물이지요. 그렇다 해서 상대의 허물을 문제 삼아보세요. 그러면 자신의 허물이 소멸되는가. 절대로 자신의 허물이 소멸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간에 화살을 쏘아서 상처만 더 키울 뿐입니다. 욕을 하는 사람치고 상처받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욕을 하는 것은 상대 때문에 뭔가 마음 상한 일이 있기 때문에 화가 나서 욕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인과의 법칙이요, 연기의 법칙입니다.
이쪽에서 상처 준 마음이나 말이나 행위가 있으면 상대 마음에 상처가 생겨서 상처받는 마음으로 말과 행동을 할 것이며 이쪽에서 마음이 사라지면 상대도 때가 되어 사라질 것이요, 이쪽에서 마음이 없으면 상대도 없을 것이요, 이쪽에서 마음을 일으키면 상대도 일으킵니다. 사실 자기가 지어서 자기가 받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수는 원수로 갚아서는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업의 고리는 더욱 더 깊고 단단해지며 커져만 갑니다.
▶ 이쪽에는 마음이 없다 해도 상대가 업을 계속 지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 혜봉 : 그럴 때는 자비의 마음으로 상대로 하여금 깨닫게 하여 더 이상 악업을 짓지 않게 해야 하지요.
▶ 구체적인 방법을 일러 주십시오.
■ 혜봉 : 상대를 깨닫게 하는 방법 또한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진리에 합당한 바른 행위를 보여 줌으로써 깨닫게 할 수 있다면 이것이 최상이요, 말로 자기를 돌아볼 수 있게 이해시키는 것은 그 다음이요, 채찍을 쓰거나 경책을 해서 깨닫게 하는 경우는 최하입니다.
▶ 힘이 세고 무지하며 무지막지하여 위의 세 가지가 통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 혜봉 : 달라이 라마께서 중국이 침략했을 때 인도로 피해서 방법을 찾는 것이 한 방법이요, 예수님과 같이 죽음을 통해 진리를 증거하는 것이 또 하나요, 간디와 같이 침묵하되 불의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 또 한 방법입니다.
▶ 무도한 사람에게 폭력을 쓰는 것은 어떤지요.
■ 혜봉 : 마호메트는 처음에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응대하다가 상대가 이쪽을 아예 죽여 없애려고 하니까 무력으로 상대를 물리쳤고, 만델라나 구한말 동학이 칼을 들고, 임란때 서산 스님께서 승병을 일으킨 경우도 다 이와 같은 경우인데 안 된다고는 할 수 없으나 한 번 폭력을 쓰면 그 폭력을 버리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아무리 그 뜻이 정의롭고 자비롭다 해도 폭력을 쓰면 반드시 그 과보가 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폭력을 쓰는 방법은 가장 최하의 방법임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폭력을 써서 상대를 제압했다면 폭력 쓴 것을 참회하고 다시는 폭력을 쓰지 않아야 되는데, 그 방법을 정당화시키면 이것이 나중에 죄를 짓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 기독교의 십자군 전쟁이나 성전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를 정복했던 이슬람의 경우가 이와 같습니다. 오늘날 북아일랜드의 신ㆍ구교 전쟁과 중동 전쟁과 조계사 폭력사태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 할 수 있지요.
▶ 그런데 화두 수행법은 앞에서 말씀하신 방법들과 다른 것 같은데, 대중적이지도 않은 것 같구요.
■ 혜봉 : 참으로 극적인 방법이지요. 약 처방으로 보자면 극약처방 같다고나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이 되기도 어렵구요. 왜냐하면 일체 망념이 끊어지고 의심에 사무쳐야 하는데, 사람마다 업이 다르고 근기가 다르기 때문에 의심이 생기는 것이 한결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를 가지고 여러 대중이 한꺼번에 똑같이 의심하기 쉽지 않으며, 여러 가지 화두가 생겨난 이유도 사람의 업과 근기가 다르기 때문이며 처방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그 처방 또한 개인적이며 극적입니다. 그 결과 또한 즉각적이지요. 말하자면 화살을 맞으면 화살을 뽑고 치료를 하고 나서 화살 맞은 자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아프다 하는 이 놈이 어떤 놈인가' 하는 의심 하나로 화살이고 상처고 상처받는 놈이고 간에 하나로 뭉쳐서 한꺼번에 다 해결하는 것입니다.
▶ 그러면 어떻게 화두 공부를 해 가는지요.
■ 혜봉 : 먼저 자신에게 큰 의문이 하나 있다면 스승을 찾아가서 그 의문을 점검을 받으세요. 이를테면 '생사가 뭘까? 부모로부터 몸 받기 전의 내 면목은 뭘까? 천지만물이 왜 생겼을까? 부처란 뭘까? 진리란 뭘까? 진짜 나는 뭘까? 하는 의문들이 삶에서 항상 따라다녔다면 이것 자체가 이미 화두입니다. 이럴 때 화두 공부를 어떻게 지어가야 되는지 바른 안내를 받으면 머무름없이 막힘없이 바르게 공부를 지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여자와 만날 수 있을까? 돈을 잘 벌 수 있을까? 일이 잘 될까?' 하는 의문은 화두가 아니라 오히려 삶을 힘들게 하는 번뇌이며 근심이고 걱정입니다. 그리고 의문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독참(獨參)을 해서 화두를 받으셔야 합니다.
▶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공부를 하셨습니까?
■ 혜봉 : 저는 군대에 가기 전에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면서 진리가 뭔지, 고통이 왜 생기는지, 인간이 왜 사는지, 내가 이 세상에 어떻게 왔는지를 알아보려고 애를 많이 썼지요. 그러다가 군대 가기 직전에 불교와 천도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 교회 다니다가 왜 불교와 천도교에 관심을 가지셨습니까?
■ 혜봉 : 예수님의 가르침은 좋은데 목사님 말씀에 의문이 있었지요. 그 의문의 시작은 70년대초에 빌레그레함 목사가 한국에 와서 여의도에서 대단위 집회를 했지요. 그때에 한경직 목사님이 뭐라고 하는가 하면 기독교를 믿지 않으면 다 죄인이래요. 그래서 '기독교를 믿지 않으면 정말 다 죄인일까' 하는 강한 의문이 일어났지요. '원효 스님이나 한용운 스님, 최재우 선생님이나 최시형 선생님도 죄인일까. 석가모니부처님이나 간디도 죄인일까' 하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아서 불교와 천도교에 대해서 한 번 알아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절에도 가보고 천도교 교당도 찾아가 봤지요.
그러나 이 의문을 풀지 못하고 군에 입대를 했어요. 군 생활은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했습니다. 그 당시 우리 사회에 변화가 참 많았던 시기죠. 그 당시에 제가 속해 있던 부대에 삼청교육대생들이 많이 들어 왔습니다. 저는 그 당시 불교 군종사병으로 그들을 만났는데 그들을 만나면서 '정말 이들이 죄인인가, 전두환 정권은 정말 죄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이 군인들이 죄인이 아닐까, 광주에서 일어난 일은 정말 진실일까' 하는 생각이 일어나면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인간은 도대체 왜 죄를 짓고 옳다 그르다 하면서 서로 싸우고 죽고 죽이고 할까? 도대체 죄라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이 죄를 짓게 하는가' 하는 의문이 항상 있었지요. 그러다가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통신공사에서 직장생활을 몇 년간 했는데 직장 내에서 부조리가 심했지요.
업자와의 거래관계나 직장 내에서의 승진관계를 보면서 능력과는 상관없이 서로간의 이익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사람들이 사는 삶에 대해서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지요. 고치자니 거대한 절벽 같고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출가해서 인간의 이와 같은 부조리한 삶의 문제를 규명해야 되겠다고 결심을 하고 직장생활 때부터 모셨던 스님을 찾아가니 먼저 동국대 불교대학에 들어가라 해서 불교대학을 들어가서 불교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평소에 가졌던 '기독교인이 아니면 다 죄인인가. 인간은 왜 죄를 짓는가. 인간은 왜 부조리한가. 진리란 뭔가. 괴로움이란 왜 생기는가'하는 문제가 속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당시에는 우리 사회에서 학생운동이 가장 심하던 시기인데 제가 복무했던 군대는 말할 필요도 없고 다녔던 직장뿐만 아니라 대학도 그렇고 사회 전체가 하나의 모순덩어리로 보였지요. 그래서 사회운동에 관심을 가졌는데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뜻을 보면 좋은데, 그 분들의 내면을 들어가면 역시 '싸우고, 다투면서 옳다, 그르다' 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법당에서 한때 원장으로 소임을 맡고 있었는데 제 스스로도 이 부조리한 틀 속에 있음을 알고 다 버렸지요.
그리고 이때부터 구도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미얀마로 전국 산천으로 유명한 선지식을 다 찾아다녔지요. 그때 제가 서암 큰스님으로부터 받은 화두가 조주 스님의 '무(無)'자 화두였습니다. 처음에는 도대체 의심이 들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두를 그만두고 염불도 하고 주력도 하고 관법도 하면서 여기저기 마음 공부하는 데가 있다 하면 어디든지 찾아다녔습니다. 그런 가운데 업도 조금씩 벗겨지고 생각도 줄어들면서 공부를 해 가는데, 어느 땐가 버스를 타고 가는데 홀연히 '죄니, 고통이니, 외로움이니, 슬픔이니 하는 것은 다 생각이 만든 것이구나' 하고 알아지면서 그러면 '이 생각이 어디서 나오는가' 하는 의심이 들었지요. 이때부터 의심이 계속 이어졌는데, 이것이 화두 공부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 화두 공부하시면서 다른 공부법은 어떻게 하셨는지요. 이를테면, 염불 수행이나 주력 수행, 관법 수행, 절 수행 등은 버리고 오직 화두 참구만 하셨는지요.
■ 혜봉 : 버리고 말고 할 게 없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저는 생각이 많아서 염불을 하면서도 생각이 끊어지질 않고 주력을 해도 그렇고 절을 해도 마찬가지고 일을 해도 생각이라는 마구니가 쉬지 않고 올라와서 괴롭게 했습니다. 호흡관을 해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래서 올라오는 생각을 없애려 무진 애를 썼지요. 이를테면 생각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것을 쉬지 않고 바라보기도 하고, 마음으로 망치를 만들어서 생각 올라오는 것을 쳐부셔서 없애기도 하고, 바람에 날려보내기도 하고, 불보살의 명호로 쳐 없애 보기도 하고, '옴 마니 반메 훔'을 염송하면서 진언을 이용해 없애기도 하고, '범소유상 개시허망' 하면서 금강경의 사구게를 이용해 없애기도 하고, 절을 하면서 번뇌망상 일으키는 나 자신을 통째로 버려보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이 생각이 어디서 나오는고, 어떤 놈이 이 생각을 만드는가' 하는 의심이 들면서 이 의심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염불을 하면서도, 호흡관을 하면서도, 주력을 하면서도, 절을 하면서도, 일을 하거나 걸을 때도, 염불을 하든 호흡관을 하든 주력을 하든 그 어떤 것을 하든지 또 아무 것도 하지 않든지 아무 상관없이 '이 생각이 어디서 나오는가' 하고 참구를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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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