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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일념이 하루종일 저를 붙잡아 맨듯 하였는데
형의 편지를 받아보니 감회를 누릴 수 없습니다.
이곳은 엄동설한이라 물이란 물은 꽁꽁 얼어붙고
마음마저 얼어붙은 것 같았는데
형의 편지 때문에 마음이 절로 훈훈해집니다.
일본놈의 감옥에서 보낸 1년동안의 고초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아
뼈마디마다 쑤시고 아립니다.
이 불초한 제가 맡고 있는 해인사는 신도들이 끊이지 않아
그나마 중생들의 식솔은 그리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만
하염없는 생각이 자꾸만 앞을 가립니다.
달력을 보니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
경봉 스님도 새해에는 만복이 깃드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늘 한 해가 끝나면 그 한 해에 대해 허튼 미련과 쓸쓸함이 깃드는 것은
어찌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란 늘 지나온 세월에 대한 뉘우침과
미래에 대한 설레임으로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헛된 망상은 거짓부렁이니
오직 그것을 사하기 위하여 중생들을 제도하고 있습니다.
그럼 남은 말은 모두 흘러가는 구름과 물에 돌리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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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