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벗삼아 바위에 앉아 길 위에서 편지를 씁니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스님의 편지를 받고
몹시도 부끄러워 안부를 전하지 못하고 이제야 필묵을 듭니다.
만행도 하나의 공부라고 하시며 서둘러 봇짐 하나 달랑 던져주셨을 때
위안치리 섭섭하였는데 벌써 석 달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같이 지내던 도반들과 선배스님들 또한 그리워집니다.
불가의 도는 애시당초 발심출가라고 했는데
길 위에서도 깨달음이 모자라 그만 가는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마침,
오래 한 곳에 머물러 있으면
차라리 너가 원래 있던 절을 팔 것이니
오늘 아침 만행을 거두어서
속히 청산으로 오거라.
라는 게송이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끈기가 부족한 제가 참으로 뉘우치는 글귀였습니다.
만행이란 자기수행의 길인데
저는 이것조차 행하지 못하고 갈팡질팡이오니
스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청산이 이 세상 어디에 있으며
또한 제가 가 닿아야 할 길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오니
부디 저를 죄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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