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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들어 서구사회에서는 기독교에 대한 신앙심이 현저히 퇴색해 가고 불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현상에 대해 속단할 것은 없다. 불교에 대한 서구인의 관심은 불교에 대한 진지한 이해나 가치추구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아직은 물질주의적 서구문화 자체의 한계성을 피부로 느끼면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는 호기심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기독교정신을 표방해 왔던 오늘날의 미국문화를 보면서, 우리 자신도 기독교문화의 한계 및 인류문화의 위기의식마저 느끼게 된다. 그러나 단순한 호기심이라 할지라도 불교에 대해 뭔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호기심을 끄는 이유와 기대의 내용을 종합하여 불교로부터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장점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 공통된 견해이다. 즉, 첫째는 신앙의 합리성이요, 둘째는 평화주의적인 무상해의 이상이요, 셋째는 마음의 평안이다. 이것을 현대사회에 있어서 불교가 지니는 세 가지 의의라 평해도 좋을 것이다.
첫째, 불교는 합리주의에 입각한 종교다. 현대인의 일반적인 경향은 이치로 생각해서 납득이 가지 않으면 수긍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불교는 무엇보다도 독단을 배제하며, 특수한 교리로써 인간을 속박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비불교국가로서 문명의 발달정도가 늦은 나라들에서는 불교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예가 거의 없다고 한다. 또 철저한 도그마에 빠져 있는 이슬람교에서 불교로 개종하는 예는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서양의 일부 철학계에서는 서양철학만이 유일한 철학이라고 생각했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동양철학, 특히 불교철학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의학계에서도 불교적 처방이 실용화되고 있다. 정신분석 또는 정신요법을 실행하고 있는 임상의사들이나 천주교의 신부들이 선문답禪問答의 방법을 사용하여 환자의 컴플렉스를 치료한다든가 신자의 번민을 해결하는 데에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예가 많다고 한다. 불교의 합리적 사고는 인간의 주체성 회복이라는 문제에도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다. 불교는 특히 인간의 주체적 인격완성을 종교적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방법적 체계로서 삼학三學은 행동의 정화인 계戒, 정신통일인 정定, 인간의 예지인 혜慧를 주체적으로 닦아나가 자신의 인격을 완성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갖추고 있다”는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의 주장은 인간의 주체성 회복이 모든 인류에게 가능함을 천명하는 것이고, 세계인의 관심의 대상이 된 선사상禪思想은 “자신의 마음을 곧바로 꿰뚫어 그 참된 성품을 발견함으로써 부처가 된다”는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를 주장하여 주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 방법을 제시한다. 이는 서구적 합리주의와 불교적 합리주의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이성을 절대시하였던 서구의 합리주의로서는 일찍이 접할 수 없었던 신선한 해결책이 불교에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 불교는 철저히 평화를 촉구하는 종교이다. 고등종교로서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세계로 퍼져나간 유일한 종교가 불교이다. 이는 불교의 자비가 말로만의 자비가 아님을 실증하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의 정치이념도 불교적인 정치지도자들에 의하여 드높이 제창되었다. 유엔 사무총장이었던 아탄트(U Thant) 같은 이들은 평화주의와 인류의 일체성이라는 불교의 근본원칙을 견지하였던 것이다. 불교의 관용적 태도는 다른 여러 종교와의 대립을 없애고, 세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건전한 기초를 제공할 수 있다. 그 기초란 두말할 나위가 없이 불교의 중도사상中道思想이다.
중도란 대립된 견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 즐거움과 괴로움 등 일체의 모순과 대립을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악을 선으로, 모순을 조화로, 대립을 협동으로, 무지를 지혜로, 분쟁을 평화로 지양하여 승화시키는 것이 중도사상이다. 이렇게 평화의 기반인 중도사상을 체득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팔정도와 육바라밀이며, 이를 구현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 보살이다. 팔정도는 자기를 향한 평화구현의 방도이며, 육바라밀은 남을 향한 평화구현의 방도이다. 자기를 향한 팔정도가 아울러 중시되는 이유는, 불교가 바라는 진정한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만을 뜻하지 않고 더 나아가 각자가 참된 인간으로 복귀함으로써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불살생不殺生이라는 계율의 실천만으로써 인류의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평화는 물론 각 개인의 안녕과 평안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인간 개개인의 중도의 원리를 깨달아 서로 협조하고 화합하는 보살행을 실천함으로써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불행을 극복하고 영원한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불교는 마음의 평안을 구하는 종교이다. 이에 대해서는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기심과 욕망과 편견을 제거하도록 되어 있는 불교의 모든 수행은 일차적으로 마음의 평안을 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특수한 기법이나 가혹한 시련을 요구하지 않는 불교적 명상법은 누구나 이를 통해 평안을 얻도록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인은 특히 이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현대인은 비록 물질적으로는 만족을 느끼고 있을지 모르나, 마음은 매우 거칠어져 있다고 스스로 알고 있다. 그래서 불교적 수양의 생활화가 갈수록 요구된다.
이상과 같은 의의에 부응하여 불교의 전향적 자세도 요구된다. 서양의 문명이 크게 일어나 불교를 자극하고, 국제적으로 볼 때도 모든 나라들의 사회정세가 변화되었으므로, 불교는 그 전통적인 가치체계를 새롭게 평가하여 일반 민중들의 풍습과 생활형태를 재음미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한 것이다. 그리고 부차적인 방법들은 그에 따라 수정하든가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는 불교가 살아 있는 종교로서 삶의 지침이 될 수 있는 길이다.
일체의 집착이나 편견을 떨쳐버린다는 그 본래의 입장을 불교도는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불교도는 우리들의 습관적인 말버릇이나 무의식 중에 내재되어 있는 편견을 반성하고, 넓고도 높은 객관적 관념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아울러 불교의 각 종파나 이에 협력하는 지식인들은 긴밀한 협조로써 부처님이 설한 바른 길로 현대인을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불교의 현대적 의의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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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