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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식으로 사원은 스님들이 수도하는 곳이라고 알고 있다. 사원을 흔히 도량道場이라 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도한다, 즉 도를 닦는다는 뜻은 공부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엄격한 규율을 지키며 생활하는 승려들이 공부한다면 거기에는 계획과 절차가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나름대로의 교육제도가 정비되어 있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원이야말로 교육기관의 시원이며, 교육제도가 맨 먼저 수립된 곳이 사원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인도에 있었던 유명한 승원으로서 현재까지 그 웅대했던 터와 흔적이 생생히 남아 과거의 찬란했던 역사를 전해 주고 있는 날란다승원은 날란다대학이라는 칭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5세기와 7세기에 각각 인도에 유학했던 중국의 법현法顯과 현장玄奘도 이 곳에서 공부하였다.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한때 2만 명의 학생이 수학했다고 하는 이 곳은 가히 종합대학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원의 교육적 전통은 이처럼 뿌리깊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원에서도 승려들에 대한 교육은 진즉부터 실시되어 왔었고, 나중에는 그 성격이 다른 두 가지의 교육기관이 설치되었는데, 그것이 곧 강원講院과 선원禪院이다. 물론 이 외에도 계율을 공부하는 율원과 염불을 공부하는 염불원도 있었다. 그리고 이 넷을 다 갖춘 종합수도원을 총림叢林이라 하였다. 간혹 우리나라의 대사찰들이 총림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그 곳이 곧 승려들의 종합교육장임을 뜻한다. 그러나 조선 후기 이래 전문적인 승려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은 역시 강원과 선원이었다. 강원은 경전을 가르치던 교육기관이며, 선원은 선종이 전래된 이래 좌선을 통해 진리를 체득케 하고자 한 교육기관이다. 전통적으로 강원은 기초학교의 역할을 하였으며, 선원은 원칙적으로 강원을 수료한 자가 정식승려가 되는 비구계를 받고 나서 들어가는 평생교육기관의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기초적이고 중점적은 교육은 강원에서 이루어졌다.
강원은 삼국시대 이후 경전연구인 교학을 중시한 데서부터 유래한다고 할 수 있으나, 선禪까지 겸학하는 강원제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다. 강원의 학제는 기본적으로 4단계로 구성되는데, 사미과沙彌科ㆍ사집과四集科ㆍ사교과 四敎科ㆍ대교과大敎科가 그것이다. 사미과란 다음 단계인 사집과의 예비단계이고, 사집과는 경전을 볼 수 있는 기초지식의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단계이며, 사교과는 대승불교의 주요한 네 경전을 공부하는 단계이고, 대교과는 가장 중요한 경전인『화엄경』과 선에 관한 주요문헌을 공부하는 단계이다. 이 밖에 대교과를 수료한 자가 수학하는 수의과隨意科도 있다. 이를 오늘날의 일반학제에 비교하면 각각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에 해당된다. 이 과정을 원칙대로 이수하려면 14~15년이 걸린다고 한다.
선원은 그 유래를 제72문에서 설명한 바 있는 안거安居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안거의 전통이 선원에 이어져, 선원은 중요한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선원의 교육목표는 좌선을 통해서 자기의 심성을 발견하여 불교의 진리인 깨달음을 성취케 하는 데에 있으며, 아울러 중생제도에 기여케 하는 데 있었다. 따라서 선원의 교육은 평생을 두고 진행되어야 할 성질이었다. 강원과 선원이 제도화된 이후 강원의 수료자가 선원을 전전하며 수행하길 그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선원의 조직은 강원의 그것과 거의 같았으며 선원에서의 하루 수행시간은 8시간 이상을 원칙으로 했으나, 각 사찰마다 차이가 있었다. 선원에서의 수행방법은 모든 것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또 좌선을 위주로 하되 선의 이치를 연구하고 소승과 대승의 율을 배우기도 하였다. 설법 도중에는 질문을 할 수가 없으나, 의심이 있을 경우엔 나중에 개별적으로 질문할 수 있었다. 선원은 강원에 재학 중인 경우라도 잠시 수행하는 기관으로 사용되었으나, 정식의 입문은 강원을 수료한 후에라야 가능했다.
이상과 같은 강원과 선원의 제도가 아직도 그 골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애초에 정해진 원칙이 절대적으로 지켜져 왔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사원교육의 전통으로서의 의의가 중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의 승려의 역할을 주목하여 전통적 사원교육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승단의 내부에서도 일부는 그러한 비판을 수용하여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존의 제도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한다면, 강원의 교육은 승려로서 당연히 갖추어야 할 경전에 대한 지식과 교리를 습득하게는 하나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서 일관성을 지니기 어렵다. 또 교육내용이 고정된 특정문헌에 한정되어 있고 선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불교 전반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부족함이 있다. 그 방법에 있어서 한문해독과 간단한 설명이 위주이고, 논강을 곁들인다 하더라도 학인의 이해도에 따라 심한 격차를 낳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현실적으로 연령이나 세속의 학력을 엄격히 규제하지 않고 승려의 입문을 허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승려의 교육에도 필수적인 세속의 학문이나 방법을 어느 정도 도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의 전통은 소위 외전外典이라 하여 불교 이외의 것은 철저히 배척하였다.
그러나 승려의 종교적 역할이 중생의 교화와 제도에 있다면, 먼저 중생을 알아야 하고, 중생을 알기 위해선 시대적 상황과 지식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강원과 선원의 전통적인 교육에 있어 그 내용과 방법이 달라지든가, 아니면 새로운 교육기관이 설립되길 많은 불교인들이 기대하고 또 요구하고 있다. 일찍이 인도의 날란다 승원과 같은 곳은 힌두교 계통의 학문까지 가르친 종합대학의 역할을 했다는 점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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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이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