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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너에게,
편지 잘 받아보았다. 너와 에즈라,그리고 모든 가족이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이 곳 프로비던스 선원에선 이제 막 7일간의 용맹정진을 마쳤단다. 용맹정진에 참여한 후 네 마음이 맑아졌다고 했지? 청정심이란 맑은 거울과 같아서 분노가 나타나면 분노에 찬 행동이 비추어지는 거란다. 너는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화가 났던 것이야. 화가 나거든 그 마음을 확인하지 말고 화를 내렴. 행복할 때는 행복해 하고, 슬플 때는 슬퍼하고 말이다. 어쨌든 억제하는 것은 좋지 않다.
네가 이전에 가졌던 분노와 이번 편지에서 말했던 분노는 다르다. 용맹정진을 하기 전에는 대상에 집착하여 나타난 분노였지만 용맹정진에 동참한 후에는 맑은 거울에 반영된 분노였다. 열심히 수련한다면 그런 분노는 절제된 분노로 바뀔 것이요, 더욱 열심히 정진한다면 절제된 분노조차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로지 사랑에서 비롯된 화가 날 뿐이다. 겉으로만 화를 내게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얽매임으로 비롯된 분노는 반영된 분노로, 다시 절제된 분노로, 그 다음에는 사랑에서 비롯된 분노로 바뀌고 또 바뀌는 것이란다.
화를 내는 것은 화를 내는 것이며 또한 진실이다. 걱정할 것이 없다. 자신을 억제하려 들지도 말아라. 이미 화는 지나갔으니 말이다. 바로 지금의 마음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집착으로 비롯된 분노는 어떤 때는 몇 시간 동안, 또 어떤 때는 며칠 동안 가라앉지 않으며 사랑으로 비롯된 분노로 빨리 바뀌지 않는다. 네가 울 때는 그 분노가 비추어진 것이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지. 이내 아들을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돌아와 아들을 바르게 이끌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너는 자신을 전적으로 믿은 것이다.
더 열심히 수행한다면 스스로 보였던, 반영된 분노는 절제된 분노로 바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마음속으로는 화가 나지만 겉으로 나타내지 않을 것이며 정신을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결국에는 사랑에서 비롯된 분노를 가지게 될 것이다. "넌 이것을 해야만 돼!"라고 그 사람을 돕기 위해 속으로는 화가 나지 않는 데도 겉으로는 화내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지. 이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너는 이미 용맹정진에 참석하여 열심히 수련했으니 그 마음의 빛은 이미 아들의 마음을 비추었을 것이다.
만물은 원인이 있어 생겨난 것이다. 그것을 "업(業)"이라 한다. 업이 사라지면 원인도 사라진다. 원인이 없다면 결과도 없을 것이야. 네 아들이 가진 악업과 네 업은 밀접히 연결되어 있어서 네 업이 사라지면 네 아들의 업 또한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아들의 마음에 비치는 너의 마음이다. 이러한 이치는 마치 똑같은 TV로 같은 채널을 보는 것과 같다. 만일 방송국에서 화면을 바꾸면 그 채널에 맞추고 있는 모든 TV의 화면이 바뀌게 되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마음이 청정하면 온 세상이 청정할 것이다(心淸淨 國土淸淨)."
네 마음이 순수하면 이 세상도 순수할 게다. 이 세상이란 너의 가족, 친구들 그리고 나라 등 너를 둘러싼 모든 대상을 뜻한다. 아들을 전학시키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때로는 상황이 나쁘면 모든 것이 나빠지고, 상황이 바뀌게 되면 모든 것이 바뀌는 것도 가능해진다. 너의 그러한 정신은 이미 아들에게 위대한 사랑으로서 빛을 발하고 있다. 위대한 사랑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을 완전히 믿는다는 것을 뜻하며 그로 인해 문제될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되지. 네 편지를 읽으니 나 또한 기분이 매우 좋았다. 모두 네가 부지런하게 수행했기에 가능한 일들이지.
이제는 숙제를 마쳐야겠구나. 누군가 선원에 와서 담배를 피우고 그 재를 부처님의 머리 위에 떨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고쳐 먹도록 할 수 있겠니? 어떻게 그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어서 내게 답을 해주길 바란다. "오직 모를 뿐"이란 마음으로 바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푸른 하늘과 같은 청정심으로 숙제도 마치고 깨달음과 위대한 자비심을 얻어 중생을 번뇌로부터 제도하기를 바란다.
숭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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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