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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커에게,
편지 잘 받아보았다. 너와 피터는 잘 지내는지 궁금하구나.
네 편지를 읽고, 네 마음과 부모님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둘 다 옳다. 네게는 너의 생각이 있는 것이요,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 두 생각이 갈등을 겪고 있으니 문제이지. 네가 자신의 생각을 버린다면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선이란다. 또한 자신의 고집을 버림으로써 마음이 넓어지고 부모님의 의견도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집을 부린다면 그렇게 할 수 없지. 자신의 고집을 떨칠 때에야 비로소 마음이 빈 공간과 같이 청명해질 것이며 어떤 생각이나 의견이든 잘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다.
가족과 결혼에 관해 이야기했었지? 너와 피터는 이미 열성적인 참선 수행자이다. 하지만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선심(禪心)은 진정한 선의 마음이 아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네가 선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마음만을 고집한다면 문제가 있으며, 너무 편협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선의 마음을 버리는 것이 올바른 선의 마음을 얻는 길이다.
항상 "다른 사람들을 돕는 길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살아가렴. 결혼이 너만을 위한 것이라면 고집을 꺾지 않아도 되겠지만 너와 마찬가지로 어머니 역시 당신의 고집을 갖고 계시지 않니? 만일 네가 "내 결혼식은 나 자신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생각은 이미 시공(時空)과 생사(生死), 선과 악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경계를 초월한 것이다.
너희 부모님께서는 오는 3월말에 평화스런 결혼식을 올리길 바라신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 결혼식이 불교 의식의 결혼식보다 앞서거나 뒤서거나 무슨 문제가 있겠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지금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네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간직한다면 올바른 상황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남을 도울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마음이 대자 대비한 마음이요, 위대한 보살의 길이다.
너와 피터는 모두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존경받는 직업을 가지고 있잖니. 또한 높은 경지에 이른 참선 수행자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미 너희의 생각, 지금하고 있는 일과 수행이 중생을 돕고 있단다. 하지만 스스로 불교적인 가르침에 얽매여 어머니가 그러하시듯 편협한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한 아집을 버리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한다면 결혼식이야 한 번 하면 어떻고 두 번, 세 번 아니 백 번을 한들 어떠니? 우선 부모님의 뜻을 따르렴. 하지만 네가 갖고 있는 올바른 방향까지 잃어 버리라는 말은 아니다. 그 방향을 잃지만 않는다면 부모님의 뜻을 따르는 것 또한 진리이다. 대도(大道)에는 문이 따로 없다. 네가 중심을 잃지 않고 남을 위한다는 아량 넓은 마음을 간직한다면 아무 것도 거치적거릴 게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미 한적이 있지만 말이다. 네가 겪는 그러한 갈등은 단순한 사고도 아니고, 우연히 일어난 일도 아니며 단지 자연스럽게, 필연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마라.
부모님을 도와 드리렴. 만일 네가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가 많이 울고 그른 행동을 한다면 사탕을 주렴. 그러면 울기를 그치고 즐거워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모님께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사탕을 드리렴. 그러면 부모님도 더 이상 불평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법을 통해야 서서히, 아주 서서히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드려야 한다. 만일 섣불리 말을 실수한다면 네 길을 잃어 버릴 것이니 신중하여야 한다.
딸 된 도리가 무엇이냐?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는 부모님을 돕겠다는 마음을 진심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식이 해야 할 도리이다. 그리고 피터와 있을 때는 아내된 도리를 하면 되는 것이다. 언제나 너의 올바른 상황을 견지하여라. 그러면 겉으로 행동이 어떻게 비추어지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너는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그 "왜"라는 이유가 분명하다면 그 후에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그 행동은 이미 위대한 보살행인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편협하게 불교의 가르침을 받아 들여서는 안된다. 네가 가는 길에는 문도 없고 따로 정해진 통로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어떤 길이든 참선 수행의 길과 하나가 될 것이다. 네가 올바르게 참선을 이해한다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게 될 게다.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난 후에 네가 기독교인이라면 올바른 기독교인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요, 유대인이라면 유대교의 바른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공산주의자가 불교의 가르침을 받고자 참선한다면 올바른 공산주의의 길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이기적인 고집에 연연한다면 기독교 신자의 길, 유대교의 길 또는 공산주의의 길, 세상 그 어떤 길이든 올바르게 갈 수 없다. 네 어머니의 유대교 정신은 편협하다. 하지만 신께서 만물을 창조하셨으니 모든 이치가 신의 섭리이며, 만물은 신의 섭리를 띠고 있는 것이다.
신의 섭리는 매우 넓은 길이며 방해물도 없으니 네가 매일 매일의 올바른 마음을 어머니에게 보여드린다면 그 분도 마음을 열고 너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해주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너와 네 어머니 사이에 또 너와 가족 사이에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다. "오직 모를 뿐"이란 마음으로 바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편협한 참선의 가르침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제도하기를 빈다.
숭산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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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