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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한 도는 어렵지가 않네. 오직 간택하는 마음을 버려야 하나니,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 없으면 확 트이어 명백하리라.
털끌만한 차별이 있어도 하늘과 땅 사이만큼 벌어지나니,
도가 앞에 나타나길 바라거든 따르는 마음도 거스르는 마음도 두지 말라.
틀리느니 맞느니 시비하면 이것이 곧 마음의 병이 되나니,
깊은 뜻을 모르면 생각을 고요히 가져도 소용없다.
둥글기가 허공과 같아서 모자람도 없고 남는 것도 없건마는,
취하고 버리려는 마음 때문에 도를 보지 못한다.
세간의 인연도 따라가지 말고 출세간의 법에도 머물지 말라.
한 가지 마음만 지녀 나가면 헛것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움직임을 쉬게 하여 쉬는 곳으로 돌아가면 그 쉼은 다시 큰 움직임이니,
‘움직인다’ ‘쉰다’ 하는 두 마음에 걸리면 어찌 한 가지 마음을 알 수 있겠는가.
한 가지에 통하지 못하면 양쪽에 빠져 공덕을 잃게 되나니,
유(有)를 버리면 유에 빠져들고 공(空)을 따르면 공을 등지게 된다.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도를 만날 수 없고,
말과 생각이 다 끊어지면 통하지 않는 곳이 없느니라.
근본으로 돌아가면 본래의 뜻을 얻고 비춤을 따르면 종지(宗旨)를 잃나니,
잠깐 사이에 돌이켜 비춰 보면 앞의 공(空)한 것보다는 뛰어나리라.
앞의 공함이 변해 보이는 것은 모두 망령된 생각 때문이니,
참된 것을 찾으려 하지 말고 오직 분별하는 마음을 쉬어야 한다.
두 견해에도 머물지 말고 쫓아가 찾으려고도 하지 말라.
잠깐이라도 시비를 일으키면 어지러워 본마음 잃게 된다.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는 것이니 하나마저도 지키려 하지 말라.
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만법(萬法)이 허물없고,
허물이 없으면 법도 없고, 일어나지 않으면 마음이란 것도 없느니라.
주관은 객관에 따라 소멸하고 객관은 주관을 따라 가라앉나니,
객관은 주관으로 말미암아 객관이요, 주관은 객관으로 말미암아 주관이 된다.
주관ㆍ객관의 양단을 알고자 하거든 본래는 하나의 공(空)임을 알아야 하네.
하나의 공은 바로 양단과 같아서 삼라만상을 다 포함하고 있다.
정밀하다 거칠다 하는 구별 없으면 어찌 치우침이 있겠는가.
대도(大道)는 바탕이 넓고 커서 쉬움도 없고 어려움도 없지만,
좁은 소견에 의심을 내어 급히 서둘수록 오히려 늦어진다.
집착하면 법도를 잃어 삿된 길로 들어가고,
놓아 버리면 본래로 되어 가거나 머무름이 없도다.
자성(自性)에 맡기면 도와 합해져서 일 없는 듯이 번뇌 끊기고,
생각에 얽매이면 참뜻에 어긋나서 흐리멍텅해지니 좋지 않다.
좋지 않으면 정신이 번뇌로우니 어찌 친소(親疎)를 따지리요.
일승(一乘)으로 나아가려면 육진(六塵)을 싫어하지 말라.
육진을 싫어하지 않으면 정각(正覺)의 진리에 오르리라.
지혜로운 이는 인위적인 행동이 없으나 어리석은 이는 스스로를 얽어맨다.
법에는 두 가지가 없지만 망령되이 스스로 애착하여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쓰니 어찌 크게 잘못됨이 아니겠는가.
미혹하면 고요함과 어지러움이 생기고 깨치면 좋음과 미움이 없나니,
모든 상대적인 두 견해는 제멋대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꿈속의 허망한 것을 어째서 애써 잡으려 하는가.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일시에 놓아 버려라.
눈에 졸음이 없으면 모든 꿈을 저절로 사라지고,
마음이 한결 같으면 만법도 역시 한결 같으니라.
한결 같은 진여(眞如)의 바탕은 현묘하여 모든 인연을 잊었으니,
만법을 평등하게 관찰하면 자연 그대로 돌아가리라.
모든 까닭이 없어져서 무엇에고 견줄 수도 없으니,
그치면서 움직이니 움직임이 없고 움직이면서 그치니 그침이 없다.
두 가지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하나인들 어찌 있으랴.
마지막 궁극의 이치에는 법칙이 따로 없음이요,
마음에 계합하여 평동하게 되면 주관과 객관이 함께 쉬게 된다.
의심이 사라지고 맑아지면 곧은 믿음이 생겨나고
일체가 머물지 않으니 기억할 아무것도 없다.
허허로이 밝아 스스로 비추나니 애써 마음 쓸 일 아니다.
생각으로 헤아릴 곳 아니니, 식견과 망정(妄情)으로는 측량조차 어렵다.
바로 깨친 진여(眞如)의 세계는 남도 없고 나도 없다.
재빨리 화합하고자 하거든 둘이 아닌 이치를 말할 뿐이다.
둘이 아님은 모두가 같아서 포용하지 않음이 없고,
시방의 모든 성현들이 다 이 종지(宗旨)로 돌아오나니,
종지는 빠르고 늦음이 없어서 한 생각이 곧 만년이요,
있고 없음이 따로 없어서 시방세계가 바로 눈아에 펼쳐졌다.
아주 작은 것은 큰 것과 같아서 그 끝을 알 수 없고
아주 큰 것은 작은 것과 같아서 그 끝을 볼 수 없네.
있는 것이 곧 없는 것이요, 없는 것이 곧 있는 것이니,
만약 이런 이치가 아니면 지킬 것 없다.
하나가 곧 전부요 전부가 곧 하나이니,
이런 이치만 터득한다면 통달하지 못할까를 걱정할 것 없다.
믿는 마음이 둘이 아니요, 둘이 아님이 믿는 마음이니,
언어가 끊어지고 과거ㆍ현재ㆍ미래도 없느니라.
감지승찬(鑑智僧璨) : 중국 선종의 제3조. 제2조 혜가(惠可)의 법을 잇고 서주(徐州)에 은거했다. 수나라 개황 13년(593)에 도신(道信)에게 법을 전하고, 2년 뒤에는 크게 교화를 폈다. 그가 입적하자 당나라 현종(玄宗)이 감지선사(鑑智禪師)라는 시호를 내렸다. 저서에『신심명(信心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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