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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때 사미의 신분으로 혜능스님 찾아가 시봉
이후 북종 배격에 주력하며 남종선의 확립에 크게 기여
혜능스님의 문하에는 기라성 같은 준걸(俊傑)들이 많았다.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영가현각, 남악회양, 청원행사, 남양혜충 그리고 오늘 우리가 논구하게 될 하택신회 스님이 있다. 이들은 이른바 혜능 문하의 5대 종장(宗匠)으로 남돈선(南頓禪)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택신회(荷澤神會, 684∼758) 선사는 양양(襄陽)인으로 속성은 고(高)씨이다. 어려서부터 유가경전과 노장(老莊)을 공부하고 관직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던 스님이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후한서(後漢書)』의 열람을 통해서 세속의 뜻을 버리게 되면서부터다.
스님은 14세가 되어 사미의 신분으로 혜능스님을 처음 뵈었는데, 그때 혜능스님이 물었다. “그대가 오느라고 몹시 수고했는데 근본을 가지고 왔는가? 근본이 있다면 주인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말해보라.” 이에 스님이 “무주(無住)로 근본을 삼으니 봄(見)이 곧 주인입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혜능스님께서 “이 사미가 어찌 경솔한 말을 하느냐”며 주장자로 어지러이 때렸다. 스님은 맞으면서 생각하기를, ‘큰 지식은 여러 겁을 지나도록 만나기 어려운데 이제 만남을 얻었으니 어찌 신명을 아끼겠는가’라 하였다.
스님은 이로부터 혜능스님을 시봉하였는데, 어느날 혜능스님이 대중에게 고했다. “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머리나 꼬리도 없고, 이름도 글자도 없고, 얼굴도 등도 없는데, 여러분은 알겠는가?” 대중이 서로 바라보기만 할 뿐 감히 대답을 못하고 있자, 스님이 나서서 말했다. “여러 부처님의 근원이며, 신회(神會)의 불성입니다.” 혜능스님이 말했다. “그대들에게 이름도 글자도 없다 했는데, 그대는 도리어 근본이요, 불성이라 하는구나.” 이에 스님이 절을 하고 물러났다.
스님은 개원 20년(732) 정월 15일 활대(滑台) 대운사(大雲寺)의 무차대회(無遮大會)에서, 남종선(南宗禪)의 정통성을 주장하며, 북종선(北宗禪)을 대표하는 숭원법사(崇遠法師)와 정통 논쟁을 벌인다. 스님은 사자후(獅子吼)를 보자. “달마가 드디어 불(佛)의 지견을 개창하여 밀계(密契)로 삼다가 문득 일령(一領)의 가사를 전달하여 이로써 법의 신표를 삼으면서 혜가에게 수여하였다. 혜가는 승찬에게 전하고, 승찬은 도신에게 전하고, 도신은 홍인에게 전하고, 홍인은 혜능에게 전하니 6대가 상승(相承)하여 끊이지 않았다. …… 내(神會)가 숭원법사에게 말하기를 ‘내가 지금 무차대회를 설하는 것은 도량을 장엄하거나 공덕을 위해서가 아니라, 천하의 도를 공부하는 자들이 종지(宗旨)를 정하고 시비(是非)를 판별하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위에서 보듯이 스님은 이 대회에서 가사의 전달을 달마 선법의 신표라고 전제한 후에 이것이 혜능스님에게 이어져 왔음을 강조하면서, 신수스님이 6대인 것을 부정하고, 자신의 스승인 혜능스님이야말로 달마의 정계로서 6대라고 강변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의 밑바탕에는 스님 자신이 혜능스님의 법을 이은 7대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이후로 스님은 북종을 배격하는 데 주력하면서 선의 정통을 혜능스님과 자신으로 확립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서 시도한다. 이 같은 스님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이후 남종선이 선종의 절대적 우위를 점하게 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된다.
그러나 묘하게도 스님은 남종선 확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면서도 그의 사후에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초기에 남종(南宗)이란 곧 하택종(荷澤宗)을 의미할 정도로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 스님의 선법은, 소위 5가 7종으로 파생된 남악회양(南嶽懷讓)과 청원행사(靑原行思)의 두 계통이 남종선의 주류를 이루면서 방계로 인식된다. 물론 이러한 역사적 전개에는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마조도일(馬祖道一)이나 임제의현(臨濟義玄) 등으로 계승된 남악회양과 청원행사 문하의 선법이, 중국인 자신의 토양에 맞는 ‘중국선(中國禪)’이라는 데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에서 달마남종의 정계라고 시종일관 강조된 스님의 선법은 종밀(宗密)만이 그 명맥을 유지할 뿐 끝내는 전승되지 못하고 만다.
[ 출처:불교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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