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브에게,
좋은 편지 보내줘서 고맙다. 잘 지내니?
너는 모든 사람들을 번뇌로부터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 물었더구나. 그리 대답하기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네 친구들과 가족은 많은 일들에 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 그들은 그러한 스스로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만 바로 그것이 자신을 구속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원래 이 세상은 없는(無)것이야. 만일 네가 무엇인가를 만든다면 그것을 갖게 되겠지. 반면에 만일 어떤 것도 만들지 않는다면 너는 완전한 것이다.
삶은 무엇인가? 또 죽음은 무엇인가?
우리의 몸은 삶과 죽음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의 진정한 자아(眞我)에는 삶과 죽음이라는 게 따로 없다. 네 친구들과 가족은 자신들의 "진아"를 모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삶과 죽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신만이 아실지어다"라고 말한다고 했지. 하지만 신은 누구지? 그들이 신을 알고 있니? 그렇다면 어떻게 신만이 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만일 네가 신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우선 자아를 알아야 한다. 이것이 첫 번째 관문이다. 너의 진정한 자아를 어떻게 이해하니? 그렇다면 너는 누구인가? 너는 아는가? 만일 모른다면 "오직 모를 뿐"이라고 말하렴. 이렇게 모르는 마음을 가지면 모든 생각을 떨칠 수 있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상황이나 상태 그리고 이기적인 주장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올바른 상황과 여건, 주장이 생기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간단한가!
한 위대한 스승이 말씀하셨다. "그대는 물이 뜨거운지 아니면 차가운지 스스로 알 수 있다.", "진아"를 깨닫는 것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럼 다음 단계를 가르쳐주마.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면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은 다르겠지. 하지만 네가 모든 생각을 떨쳐 버린다면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모두 똑같아진다.
한 위대한 스승이 말씀하시기를, "하나는 여럿이요, 여럿은 곧 하나다(一卽多 多卽一)"고 하셨다. 모든 생각을 떨쳐 버리면 "나"라는 것은 없어진다. 그 뒤에는 올바른 상황과 상태를 꾸준히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세상엔 이미 평화가 자리잡고 너는 이미 모든 사람들을 제도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모든 생각을 떨치지? 내가 이미 물은 바 있다. "너는 누구인가?" 그 답을 모른다면 "오직 모를 뿐"이란 마음으로 들어가야 한다.
다음 단계로 가볼까? 어떻게 "오직 모를 뿐"이란 마음을 꾸준히 간직할 수 있을까? 정진하고, 정진하고, 또 정진해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정진하기 위해 매일 선원에서 절하고 염불하고 참선하며 다 같이 애쓰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용맹정진을 하잖니. 때로는 기도도 하고 말이야, 이러한 노력들은 우리가 꾸준히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너의 정신이 맑지 않다면 생각을 모두 떨쳐 버리고 "오직 모를 뿐"이라고 말하기 바란다. 그러면 서서히 욕심과 성난 마음과 어리석은 생각은 사라지고 '오직 모를 뿐"이라는 마음이 강해지며 밝아질 것이다.
좌선할 때는 오직 좌선만 하고 염불을 할 때는 염불만 하여라. 기도할 때는 기도만 하라. 그것이 가정 중요하다. 네가 다른 이들을 가르칠 때는 오직 그들을 가르치기만 해라. 오직 그들을 가르치고 도와라. 그들이 네 가르침을 이해하는지 못하는지는 신경쓰지 말고 오직 그들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해라. 오직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너의 가르침은 완벽한 것이요, 그 정신이 빛을 발하여 그들에게 감흥을 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도 너의 가르침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오직 노력해라. 그런 노력이야말로 어떤 선사나 부처, 신보다 위대한 것이다. 그러한 가르침이야말로 대자 대비한 마음이요, 위대한 보살이 다른 이들을 제도하는 길이기도 한다. 너의 느낌과 마음을 확인하려 하지 말라. 네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려 하지 말라. 바깥을 확인하려 하지 말라. 그러면 안팎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없고 너도 없고 그들도 없다. 너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과 더불어 있는 하나의 존재일 뿐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네가 "오직 모를 뿐"이란 마음으로 바로 들어가 텅 빈 공간처럼 청정한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 오랜 세월을 쉼 없이 정진하고 정진하며, 또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은 뒤, 번뇌에서 시달리는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를 바란다.
숭산 합장
|
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