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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은봉(鄧隱峰) 스님은 마조(馬祖道一: 709~788) 스님의 제자인데 좀 별난 장난을 좋아했나 보다. 한 번은 마조가 길에 앉아 다리를 쭉 펴고 있는데 은봉이 수레를 밀고 왔다. 스승에게 다리를 오므려 달라고 청했으나, “한 번 뻗은 이상 오므릴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은봉 역시 “한 번 나아간 이상 물러설 수 없다”며 스승이야 다리를 오므리든 말든 수레를 몰아 결국 스승의 발에 상처를 입혔다. 그 당시는 선원에서 땅을 파서 논밭을 만들어 일을 하며 남의 도움을 받지 않는 생활 속에서 수행을 하였으니 아주 본받을 만한 자세였다. 작업이 끝난 뒤 저녁 설법시간. 마조는 커다란 도끼를 둘러메고 들어오며, “아까 수레로 내 다리를 다치게 한 놈은 썩 나와라!” 은봉은 서슴없이 앞으로 나와 스승 앞에 목을 내밀었다. 그러자 마조는 도끼를 던지고 방장(方丈)으로 돌아갔다.
평생을 기행(奇行)으로 이름을 떨치고 살던 은봉은, 삶을 마감하는 장면도 역시 변함이 없었다. 어느 날 화상은 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돌연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제방의 장노(長老)들이 천화(遷化)할 때 흔히 앉아서 혹은 누워서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것이야 그리 신통할 것이 못되고 서서 그대로 왕생(往生)한다면 좀 신기하지 않겠는가?” “그렇습니다. 서서 간다면야 참으로 신기하지요. 그러나 전일에 아주 없었던 일은 아닙니다. 삼조승찬(三祖僧璨: ?~606) 큰스님께서 큰 나무 밑에서 선 채로 합장을 하고 그대로 대적정(大寂靜)에 드시지 않았습니까?” “으음, 참 그렇지. 그러면 거꾸로 서서 갔다는 사람은 없는가?” “그런 말은 아직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 그러면 나는 거꾸로 서서 가겠노라.”
그렇게 선포를 하고 나선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다리를 공중으로 번쩍 들고 거꾸로 서는 것이었다. 대중들은 아연실색(啞然失色)하여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다. 화상은 거꾸로 선 채로 이미 숨을 거두고 말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입고 있던 장삼이 조금도 흘러내리거나 벗겨지지 않고 입은 그대로 몸에 붙어 있어서, 거꾸로 빳빳이 서 있는 모습이 마치 한 그루의 나무가 땅 위에 솟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중은 물론 신도와 일반인들이 구름 같이 모여들어서 찬탄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드디어 다비식(茶毘式)을 올리기 위하여 시신을 납관(納棺)하는 차례였다. 시신은 거꾸로 선 채 그대로 꼿꼿이 서서 아무리 밀고 잡아 당겨도 꼼짝달싹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우왕좌왕 야단이 났다. 이 때 한 비구니 스님이 대중을 제치고 나오더니 도립(倒立)한 화상을 보고 준엄하게 꾸짖기를, “오라버님! 이것이 무슨 짓입니까? 평생을 박덕하게 괴팍을 일삼더니 열반에 드실 때도 또 이러시니 첫째는 불조(佛祖)에게 실례가 되고, 둘째는 모든 중생을 놀라게 하며 미(迷)하게 하니, 이게 무슨 짓입니까!” 하며 손끝으로 슬쩍 건드리니, 그냥 그대로 힘없이 넘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 비구니 스님은 화상의 누이동생으로 오래 전에 오도(悟道)한 선승이었다. 선정력(禪定力)이 오묘하고 불가사의한 것이라고 찬탄할 만한 대목이 아니겠는가.
통도사 극락호국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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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