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물이 긴 하늘가에 닿고 흰 갈대꽃에 밝은 달이 오가니, 때여! 때여!
시절은 서늘해지기 시작하는 오동나무의 가을이니
이밖에 다시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이제 삼가 형의 서한을 받아 보니 감격을 누를 수 없으며
종이에 가득 찬 향기를 누구와 더불어 말하겠습니까.
그러나 산은 산이요, 구름은 구름이요, 바다는 바다요, 달은 달이니
산운(山雲)이여 해월(海月)이여, 그르쳤느냐 성취되었느냐?
만약 이 소식을 얻으면 성취되고 그르침은 원래 그르침이 아닙니다. 미소.
구름은 산에서 솟고 달은 바다에 떴네.
형께서 수학에 능한 법을 보이셨으니 가히 수학 선생이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왜 아홉과 열, 그 밖의 수는 세지 않았습니까? 악!
티끌 같은 많은 세계가 모두 헛것이라면서 어찌 큰 가르침 낸다고 말합니까?
있고 없는 것이 둘이 아닌 곳에 별달리 뿌리와 싹을 말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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